아니, 이럴 수가! 대출이 안 된단다. 아, 오늘 이야기는 TMI가 잔뜩 담겨 있겠네. 에피소드가 참 많은 내 인생, 며칠 전 정점을 찍었다. 다들 잘 보고 계시지요? 저의 소중한 구독자님들 덕에 이런 이야기도 기록해보네요. (이번 글은 독백이 참 많을 것 같아요. 하, 내 인생!)
뉴스레터를 꾸준히 보는 분은 알겠지만, 난 월마다 월세로만 200만 원을 내고 있다. 본트라는 이름의 작업실에 121만 원, 자취방에 67만 원 그리고 기타 관리비 약 15만 원 정도? 200만 원이 넘겠구나.
월마다 100만 원씩 지속적으로 빵꾸가 났던 건, 올해 1월 자취를 시작하고서부터였다. 추가로 버는 돈이 없었다면,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더 일찍 이런 시련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으로부터 4~5개월 전쯤이었을까? 금전적인 내용으로 타로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운영하는 121 CREW에 타로 유튜브를 하는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타로도 꾸준히 연습이 필요하다며 크루들의 타로를 종종 봐주곤 한다. 그 친구에게 타로로 금전 운을 봐달라고 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월별 금전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사실 궁금했던 건,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지난 3월에 있었던 연봉협상에 대해서였다. 난 3~4월을 메인으로 보고자 했고, 그 친구는 6개월 정도의 나의 금전운을 타로 카드로 해석해주었다.
충격적이었던 건, 메인 카드였다. 메인 카드가 'Devil' 카드가 나왔었다. 타로 카드를 잘 몰라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데빌, 그니까 악마 카드는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일단 월별 카드는 총합으로 보여지는 것이라서 버는 게 아무리 많아도 쓰는 돈이 더 많다면 좋지 않은 카드가 나온다고 했다. 후, 아마도 6개월 치를 봤던 것 같은데 매달의 카드가 다 좋지 않았었고, 5월은 최악인 상태로 '파산'을 의미한다고 했다.
파산이라...! 몇 달전까지만 해도 딱히 나에게 다가올 것 같지 않던, 내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해 헛소리를 하고 다녔더랬다. "아! 젊었을 때 파산 해 봐야 하지 않겠어?"라는 미친 소리.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어른들의 이상한 논리와 딱 맞는 헛소리였다. 내가 돈이 부족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도 몰랐던 그 당시의 나. 생각보다 사람은 나약했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나약했다.
자취를 하며 크게 번아웃이 온 적 있다. 아, 정확하게 기억나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였다. 그 당시 번아웃은 여러 요인이 합해져서 온 것 같다. 사람의 관계부터 나의 일, 회사의 조직문화, 나의 무능함에 더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찍은 건 돈 문제였다. '다음 달 100만 원은 어디서 구하지?'라는 소용돌이에 갇혀 허우적거렸더랬다.
여담으로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도움을 청한, 가장 친한 오빠 때문이다. 내 뉴스레터를 구독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늘 힘들 때 그 오빠를 찾게 된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누구보다 차갑고, 누구보다 위로를 잘하면서도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신기한 오빠다. 발렌타인데이에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오빠에게 카톡을 보내 나 좀 구해달라고 했었던 것 같다. 뒤늦게 발렌타인데이임을 깨닫고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라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으나 그 오빠는 끝까지 내가 심적으로 조금 괜찮아진 것을 본 다음 전화를 끊어주었다. 여자친구분도 참 천사인 것이 한 번도 제대로 뵌 적 없지만, 옆에서 날 응원해주는 마음이 느껴졌었다. 참 좋은 사람들이다.
다시 돌아와, 번아웃을 크게 겪고 약간 무서운 감정마저 들었었다. 그날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아, 이게 공황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그래도 번아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기 전에 모두 처리하는 조금의 짬바가 생겼달까?
그렇게 다가온 5월, 타로 말대로 5월은 정말 돈이 없었다. 부모님께 또 손 벌리기도 이제는 죄송했고, 그렇다고 갑자기 알바를 뛸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건, 신용대출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도 5년 정도 되었고, 딱히 마이너스가 될만한 금융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안일하게 당연히 대출이 나올 줄 알았던 것 같다.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에 갔다. 내가 가져간 서류들을 보시더니, 연봉만큼 대출이 나올 거라 하셨다. 그리고는 어플로 진행하면 더 빠르니, 어플로 대출 심사를 받아보라고 하시곤 기다려주셨다. 결과는 '주효정님의 대출 한도가 조회되지 않습니다.' 그 직원분께서는 당황하셨고, 나 또한 덩달아 당황했다.
그 직원분은 그제야 자신의 컴퓨터에서 내 인적 사항을 두드려보시고는 신용 점수가 완전히 턱걸이라서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안타까워하시는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하! 내 신용 점수가 왜 낮을까? 도대체 왜? 정확하진 않지만, 금융 활동들을 하면서 신용 점수가 높아지고 낮아지는데 금융 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도 간혹 신용 점수가 낮을 수 있다고 한다. '아니!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라고 생각하던 중, 이자는 정말 높으나 급하면 중금리 대출은 어떤지 물어보셔서 일단 가능한지 확인만 해달라고 했는데, 또 이 대출에는 내가 자격이 안 된단다. 신용 점수와 소득이 너무 높단다. 이 말도 안 되게 낀 상황. '저는 어떡하죠...?'라고 말하고, 30분 넘게 열심히 찾아봐 주신 직원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은행을 나왔다.
이날은 불과 며칠 전인 5월 26일 목요일. 오전 반차를 내고 은행에 갔던 건데, 충격적인 이야기만을 듣고 멘탈이 완전히 털렸었다. 2시가 쫌 넘어서 오후에 출근해서 3시 미팅 전까지 정신을 못 차려서 친한 동료들과 함께 나의 지금 이 상태와 처지에 관해 이야기 나눴던 것 같다. 다들 나를 걱정해주면서도, 신기해하면서도, 다그치기도 해주었다. 다행히 3시 미팅부터는 머리를 굴리면서 그 생각이 잠시 지워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지러웠다.
아,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생각이 스친 건, '작업실'이었다. 작업실 계약이 끝나는 날은 내년 5월인데 이걸 앞당길 수는 없을까? 그러면 살만할 것 같은데? 그래서 건물주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물어봤다. 그리고 어제, 토요일에 답장이 왔다. 이번년도 안에는 어려울 것 같고, 그래도 부동산에 올려서 찾아는 보겠다고 하셨다. 응원의 한 마디도 덧붙여주셨다.
참, 내 인생 레전드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파란만장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한 뼘 더 성장할 것 같아 아주 조금 설레기도 했었다. (약간 미친 것 같네.)
이번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찾아가 보았다. 이번에도 대출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아빠께 전화드릴 심산이었다. 아, 그들은 자기 은행과 거래내역이 없어 대출 심사조차 안 해주었다. 대기 시간보다 상담 시간이 더 짧았고, 두 은행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완전히 좌절했다.
아, 진짜로 내 인생 레전드다. 이날은 햇살이 참 좋았는데, 나만 외톨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 가능한 금융이 어디일지 토스에서 심사받아보았다. 그때 토스뱅크에서 대출이 된다고 떴고, 네이버에 찾아보니 토스뱅크는 제1금융권이라 나름 괜찮다고도 했다.
토스 앱에서 질문에 답하고, 한도도 정하고, 한 5분 정도 버튼을 눌렀을까? 바로 내가 필요한 돈이 생겨버렸다. 단 5분 만에. 대출이 안 된다는 철옹성 같은 은행들에서 나와 집에 걸어가는 길에 나는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단 5분 만에.
통장에 돈이 찍혀있는 걸 보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먼저 무서웠다. 아, 내게 진짜로 빚이 생겼구나. 그리고 또 무서웠다. 아, 뭘 보고 나한테 이만큼의 돈을 빌려주는 거야? 은행에서는 이렇게 힘들었던 게 토스 너네는 왜 이렇게 빠르고 간단하게? 그리고 불안했다. 혹시 내가 버튼을 누를 때 무언가 잘못 누른 건 아닐까? 나중에 이 빚으로 내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구 샘솓았다. 대출을 받게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어 무섭고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가볍고도 무겁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자 한다. 어차피 대출은 받은 거고, 나에게는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여윳돈이 생겼고, 이 돈은 정말 낭비 없이 필요할 때만 딱딱 써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그리고 자취방, 작업실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당근할 생각도 하고 있다. 또, 티머니를 만들고 교통카드 역할도 했던 신용카드를 아예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나를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크게 될 인물이라도 생각하고 있는데 은행들에서 치이니 역시 나도 조구만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게 만져지는 현물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버려보자고 생각도 했다. 물론 지금 부족한 물건은 없긴 하지만...!
이제는 돈을 낭비하지 않고, 소비를 참아냈다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아직은 그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결제할 때의 짜릿함만을 알고 있다. 흠, 참을 때마다 어딘가에 기록하여 나중에 쭉 보고 합해보면 의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만큼 쓸 뻔 했구나!' 하는 재밌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마무리하자면, 앞으로는 소비를 더 줄일 것이고 대출받은 이 돈은 꼭 필요할 때만 쓰면서 그렇게 작업실을 뺄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볼 것이다. 이 뉴스레터를 보고 계신 분 중 작업실에 놀러 오고 싶으시거나 이전에 와봤지만, 꼭 다시 와보고 싶으시다면 DM으로 연락 주십쇼. TMI 가득한 이번 주의 험난한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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