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나한테 툭- 말한다. "아! 너 뉴스레터 쓴다며? 구독해야 하는데!" 그 말을 한 친구들 대부분은 구독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생각이 궁금하진 않고, '내 친구'라서 구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집에 돌아가 까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 뉴스레터는 '친구'를 위한 뉴스레터도, '누군가'를 위한 뉴스레터도 아니다.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지금 드는 생각을 잘 정리해 놓는 아카이빙 채널로의 역할, 그것뿐이다. 지금 이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내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 일 이야기를 해도 될지, 내 마음의 우울을 꺼내도 될지 최근 잠깐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고민의 결론은 금방 났다. '누가 보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쯤, '어디에 쓸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쓸까, 브런치에 연재할까, 내 수기 노트에 쓸까, 아이폰 메모로 쓸까, 뉴스레터로 쓸까?
블로그나 브런치는 너무 오픈되어 솔직한 이야기를 담지 못할거로 생각했고, 내 수기 노트나 메모는 비밀 일기만 쓰다가 흥미를 잃어 결국 안 쓰게 될 거라는 미래가 훤히 보였다. 그 중간 형태인 '뉴스레터'가 딱이었다. 구독자라는 기다리는 이가 있기에 잘 정리해야 하고 꼭 써야 하는 강제성은 띠지만, 나와 접점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어찌 보면 살짝 비밀스러운 채널. 그래서 뉴스레터로 글을 쌓기로 마음먹었고,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흠. '글 쓰기'라는 본질로 들어가보자. 처음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꾸준히 글 쓰는 연습을 하고자 했다. '마케터'로서 글 쓰는 역량을 키우기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했던 마케터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쪽글을 작성하며 글쓰기 역량이 발전했다. 그리고는 그들은 자신의 책까지 출판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되고 싶다!)
뉴스레터를 지속하다보니, 하나의 이유가 더 생겼다. 나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 그때그때의 내 생각을 기록하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내 생각과 고민을 어떠한 형태로라도 기록해놓았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때에 따라 나의 관점이 다르고, 그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기록을 꺼내 보면 관찰자의 시점에서 나의 과거와 변화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전에 일에 진심인 브랜드 모베러웍스(Mobetterworks)에서 출간했던 책 '프리워커스'의 북토그를 갔었다. 그때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고, 기록에 대한 편견도 깨지기도 했다. 그들이 전해준 '기록'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 기록의 시작은 엉성할수록 좋다.
✔ 기록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 기록은 가볍게,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에게 맞는 형태로 시작하자.
✔ 시작을 못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완벽주의. 날 우습게 보이는 것이 싫어서.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 기록은 근육과도 같다. 처음엔 일기로 가볍게 쓰기 시작해도, 쓰다 보면 관점이 생기고 색이 선명해진다.
그래! 기록은 이 맛에 하는 거지!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수 없다. 그 이유는 글을 쓰는 역량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결국 기록 근육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을 잘 쓴다는 건, 관점이 뚜렷하고 색이 선명한 사람이라는 뜻인 것 같다. 좋은 글을 쓴다는 건, 화려한 글쓰기 기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얼마나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인 것 같다. '~인 것 같다'라는 추측형 서술어로 문장을 끝낸 이유는 아직 내가 글과 기록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이다. 좋은 글에 대한 확신이 들 때쯤, 내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 때쯤, 저 추측형 서술어들은 단호하고도 확신에 찬 서술어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그런 날이 언젠간 올 거기 때문에, 나는 매주 이렇게 뉴스레터를 쓰며 나만의 근육을 키우고자 한다. 그러면 언젠가 그 순간에 도달하여 내 생각을 한 곳에 담은 책을 쓰든, 누군가 인정하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 이는 한순간에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난 그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이렇게 나만의 형태로 글을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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