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과 1:1 미팅 때 내가 던진 물음이다. "대표님, 저 요즘 힘든 점 있어요. 피드백은 어디까지 해야 하나요?" 그리고 대표님은 답했다. "끝까지 해야죠."
더 세세하게 파고들어 질문했다. "우리는 피드백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나요? 서로의 존중은 늘 베이스가 되겠지만, 서로를 각 분야의 전문가로 보고 터치하지 않는 것이 맞나요? 아니면 정말 그의 전문 분야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의견을 내고 설득하며 피드백하는 게 맞나요?"
대표님은 답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하죠. 의견도 자유롭게 줄 수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그들의 영역이라면, 그들이 결정할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아리송했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대표님, 저는 누군가가 저에게 와서 마케팅 이런 방향이 더 좋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만 해도 화가 나요. '너가 뭔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화가 났다가 혼자 또 자괴감에 빠져요. '난 왜 이렇게 속이 좁을까?' 하면서요."
대학교에서 들으셨던 한 교수님이 해준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람은 어떤 사람이더라도, 조언해주거나 피드백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피드백이든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신뢰와 그와의 관계로 얘기하며 많이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하셨다. 술을 좋아하는 대표님은 한 마디 덧붙였다. "술 먹으면서 풀어야죠!ㅋㅋㅋㅋㅋ" 이 이야기도 고개가 살짝 끄덕여지면서도 눈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우리 조직은 합리적으로 서로 (앞뒤 쿠션을 꽉꽉 붙여) 피드백하는 문화였다. 나도 그 문화를 좋아했다. 적어도 상처는 받지 않는 문화였으니까. 하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생각이 바꼈다. 요즘은 온갖 쿠션보다 사실이 더 중요하고, 그 중심에는 공동의 목표가 존재한다. 공동의 목표 아래, 자신의 뚜렷한 관점으로 서로 신랄한 비판을 하며, 최선의 결과로 끌어 낼 줄 아는 사람이 멋져 보인다.
공동의 목표. 그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엔,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더 확장해서 공동의 목표가 공유되어야만 좋은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동의 목표가 없는 협업은 서로의 비판과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밖에 없다. (유레카!)
가장 협업하기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 미성숙했던 과거의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목표가 없는 사람. 목표를 그릴 역량이 없는 사람. 자신의 관점이 없는 사람." 그리곤 덧붙인다. "그런 사람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결국 협업은 서로의 관점으로 서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협업하는 모든 이들이 동일하고 뚜렷한 목표를 바라봐야 신나진다. 협업을 하며 신나는 감정과 성장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 그리고 협업하는 사람이 저런 사람인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과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 참 명쾌하고 신나는지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있진 않은가? 목표를 뚜렷하게 제시해주지 않는가? 그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루려고 하지 않는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수렴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정말 잘 끊어내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어떨 때는 그런 사람이 질투가 날 때도 있지 않는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가까이에 두길 바란다. 그 사람의 하는 질문에만 대답하지 않고, 그 사람의 사고 과정을 들여다보고 꾸준히 따라 하고 배워나가려고 노력하길 바란다. 나와 다른 점을 살펴보길 바란다. 따라 하다 보면, 나만의 스타일이 생길 것을 믿길 바란다.
피드백 얘기하다가, 갑자기 협업을 이야기하는 건, 피드백은 협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좋은 피드백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자신의 관점이 뚜렷하고, 공동의 목표를 그려주는 사람의 피드백을 기분 나빠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피드백이 훅- 들어올 때는 나 또한 분노하고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고, 혼자의 생각이 이렇게 흘러왔다. 피드백은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결국 피드백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물론 나쁜 말, 부정적인 말, 비난으로 둘러싸인 피드백도 저 사람이 하면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협업을 잘하는 사람은 피드백도 자신의 스타일로, 자신의 관점으로 잘 설득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고 있을 거다. 또한,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기도 할 것이다.
오, 피드백에 대한 고민이 나를 한 뼘 더 성장시킨 것 같다. 결국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걸 마음에 새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워야 한다고 새긴다. 또한, 큰 숲을 보여주면서도 나무 하나하나의 결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결국,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고 마침내 좋은 리더가 될 사람이라는 걸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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