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둘 바를 모르는,
회사에서 1달에 1번 하는
브랜딩 회의이자 교육이 있다.
각 브랜드별로
했던 그리고 할 '브랜딩 활동'에 대해
발표하고 피드백 받는 자리.
어제 그 회의가 있었고,
난 외할머니댁을 가느라 참여를 못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회의가 끝나고 소정님께 전화가 왔다.
"효정아, 너 정말 성장했구나?
내가 선생님들을 모셔서 교육을 한 걸
이렇게 바로 실천했구나.
내가 계속 선생님을 모시고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황호님께 짧은 메시지가 왔다.
"보딩정 (신입 디자이너 친구 별명)
오늘 너무 잘했어~
다 효정이가 뒤에서 잘 챙겨주고 간 덕분 같더라.
고생 많았어 정말~"
외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신입 디자이너 친구 수정이에게
발표를 맡기고 참여하지 못했다.
참여 못 한 나에게
전화와 메신저가 오니...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한 경험이었다.
동료들에게도 하나둘씩 연락이 왔다.
보고 싶다고, 효정님 칭찬이 가득했다고.
신기한 경험.
그런데...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이 감정,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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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한마디면
되는데,
"효정아, 고마워."
"효정아, 멋지다."
"효정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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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동기부여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난 명확히... 칭찬이다.
리더의 칭찬,
동료의 지지,
후배의 신뢰.
의심의 말, 부정의 말, 무시의 말...
들을 때면 난 완벽히 의욕이 꺾인다.
돌이켜보면, 응원보다도 칭찬을 좋아한다.
따끔한 피드백만 주어졌을 때도...
난 의욕이 꺾인다. 나를 위한 말일지라도.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칭찬은 효정도 춤추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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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인정?
인정 認定.
솔직히 말해,
나는 인정을 참 좋아한다.
나에게 칭찬은?
나를 인정해 주는 말이다.
그래서... 칭찬이 참 좋다.
인정을 왜 좋아할까?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인정 같아서.
존재에 대한 인정 같아서.
난... 어디서나 튀고 싶어 했다.
존재감을 사랑한다. 드러냄을 즐긴다.
'전 회사인 스윗밸런스를
왜 오래 다닐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다.
"너가 꼭 필요해"라고 말하는
조직이어서... 내 존재감이 엄청난
회사였기 때문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안 좋은 거라고 들었다.
근데 없앨 수 없다면, 즐기기로 했다.
칭찬은 효정을 춤추게 해.
인정은 효정을 기쁘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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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나에게 일이란?
인하우스 마케터로
8년 차.
사실 지금까지...
동료를 설득의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고객만 바라봤던 것 같다. 오만했다.
어찌보면... 그래서 고객도 설득을 못 시켰는지도.
데스커 일을 대행하며,
내가 일했던 과정에서
'설득'이 빠졌다는 걸 인지했다.
나에게 챌린지가 주어지듯,
데스커 프로젝트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지금까지
설득의 연속이었다.
데스커에 전하는 제안서.
제안서는 맨 앞 3장이 중요하다고 했다.
3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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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은
설득 포인트가 있는지, 없는지가
피드백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
어찌보면...
1년 동안 트레이닝 받았구나.
설득하는 방법을.
마케터의 일은,
설득의 과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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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던
신입 디자이너 수정이가
프로젝트에 맞는 이미지를 가져왔다.
난... 그녀가 골라 온 이미지를
제대로 피드백 할 수 없었다.
수정이 옆으로 슥 갔다.
"수정아,
OOO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다 써보자!"
나와 수정은
프로젝트에 연관된 키워드를
마구 적기 시작했다.
그녀와 나의 키워드를 모아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1) 먼저 비슷한 키워드들을 그룹핑했고,
2) 그룹별 층위를 나누고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과 / 바나나 / 과일'이라는 키워드라면
사과 / 바나나를 묶고
과일을 위에 배치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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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갑자기 수정이가
"오! 이제 알 것 같아요!" 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녀가 순식간에 바꼈다.
키워드들을 엮어내고,
형용사를 결합한 이미지들을 가져오고
나에게 이미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브랜드에 맞는 이미지인지 아닌지를
우리만의 기준으로 솎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수정이처럼
함께 정리한 키워드 인덱스에 맞춰,
프로젝트 카피를 썼다.
새벽 4시.
수정과 내가 함께 만들어낸
프로젝트 카피와 이미지가 완성됐다.
우리의 최선이었다.
수정에게 물었다.
"수정아,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 같아?"
(미안... 수정이가 했던 답은 까먹었어...)
그리고 내가 답했다.
"우리가 구성원을 설득해야
고객도 설득할 수 있어서야.
우리의 첫 번째 고객은 동료야.
그들이 사고 싶게 만들면 돼."
이렇게까지 하면
내일 피곤할 거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눈이 말똥했다.
옆에 지나가던 예명언니가 말했다.
"효정! 솔직히 재밌어서 안 가는 거지?"
나는 답했다.
"맞아ㅋㅋㅋㅋㅋ.
사실 더 일찍 끝낼 수 있는데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와 수정이는,
밤을 꼬박 새우고 집에 갔다.
"수정아,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
"네! 저 발표 잘할 수 있어요!"
신입 디자이너에게 발표를 맡겼는데...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왠지 잘할 것 같다는 믿음?
그 믿음은...
수정을 믿는 게 아니었다.
수정과 나의 끝선까지 갔던
우리의 노력, 과정을 믿는 거였다.
재밌게, 끝까지.
함께 끝까지 가본 경험.
귀하고 귀했다.
그 과정을 알아봐 준 걸까?
내가 좋아하는 '칭찬'이
여기저기서 들렸던 것이다.
'크으... 이상한데? 기분 좋은 것 같기도?'
이쯤에서...
효정 사용법을 공개합니다.
재미는 효정을 끝까지 하게 해.
칭찬은 효정을 춤추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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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는... 눈을 감았다... 힝구...
일러스트에서 내 마음대로 이상하게 디자인하는 맛.
재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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