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풀이는 담을 수 없겠지만, 왼쪽은 '많은 나뭇가지 중 하나를 고른 상태'의 카드. 오른쪽은 '빛나는 것들을 두고 갈 길 가는' 카드.
나는 처음 뽑았을 때 두 개 중 오른쪽 카드에 더 눈이 갔다. 갈 길 가는 카드. '그래, 내 갈 길 가라는 카드가 나왔구나!' 그러던 찰나, 왼쪽 카드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왼쪽 카드는 단계가 있다고 하셨다. 수많은 나뭇가지 안에서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헤매는 1단계의 카드, 그중에 하나를 고른 내가 뽑은 카드는 2단계, 고른 나무를 번쩍 들고 말을 타고 통솔하는 느낌의 3단계 카드, 나무를 쥐고 왕이 의자에 앉아있는 4단계 카드.
난 2단계 카드였다. "효정아. 너는 그나마 여러 가지 나무에서 하나를 골랐네!" 여기서 기억했으면 하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래도 넌 아직 소년이야. 그리고 소년이어도 괜찮은 나이야. 무엇이든 다시 배우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야. 근데 자꾸 KING이 되고 싶어 해. 그래서 힘든 거야."
그랬다. 왜 이토록 빨리 무언가를 '빨리' 이루고 싶었을까? 환경 때문이었을까? 큰 규모의 회사에 다니진 않았기에, 또래보다 빠르게 리더 직책을 달았고 그런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을 정말 잘하는구나!' 하는 재수 없는 자만심을 늘 한 쪽에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생각보다 내가 리더를 못하는구나...' 라고 생각했기에 자만심이 무참히 짓밟혔고 자존감까지 지옥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런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넌 아직 소년이어도 괜찮을 나이야'라는 말. 아직 배워야 할 소년이 KING 자리를 탐낼 때 겪을 문제들이었나보다. 나도, 환경도, 때에 맞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들을 통솔하는 것 이전에, 어울리는 연습을 먼저 해야지. 따라오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저절로 따라오게 만들어야지. 어떤 사람을 따를까? 맞아, 밝은 사람, 단단한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 그러네! 난 아직 때가 아니었어! 후!
양양에서 떠나기 전, 커피챗에서 만난 분께서 해주신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이를 한 번도 혼낸 적 없다고 하셔서 여쭤봤다. "어떻게 아이를 한 번도 혼내지 않을 수 있으셨나요?"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실수나 행동은 혼내지 않았어요. 물을 엎질러도 아이니까 할 수 있고, 문을 쾅 닫아도 사춘기인 아이니까 할 수 있는 행동... 그러니 화낼 일이 없던데요?"
그 말을 듣고 온몸에 전율이 오른 나는 한마디 덧붙였다. "자신에게도 이런 마음이 필요한 것 같네요. 31살의 주효정이 할 수 있는 실수나 행동이라 생각하니, 나를 미워하지 않고 꼭 안아주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서울에서 1번, 양양에서 1번... 2연타를 맞다 보니 얼얼하게 깨달았다. "나 아직 소년이어도 괜찮을 나이.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을 나이야!"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난 하루에 두 번이나 이 말을 들었다. "효정님, 얼굴이 엄청 좋아졌어요!" 그저 내가 양양이 편해졌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힌트는 이 영상에서 얻을 수 있었다.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얼굴에서 드러나. 너 왜 이렇게 낯빛이 좋아졌어? 이런 얘기를 들으면 거기가 내가 있어야 될 토양이에요." - 영상 중에서
그래서 뉴스레터를 보고있는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그저 지금 우리는 몰랐던 길을 찾아나선 용기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우리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행동이나 실수를 하더라도 미워하지 말고 안아주자고. 그렇게 끝까지 밝고 명랑함을 잃지 말자고.
*이건 다른 얘기인데, 뉴스레터 매체에서 블로그로 옮길지 고민이다. 이제는 생각을 글을 정리하는 방법도 조금 알게된 것 같고, 나를 펼칠 때가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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