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겐 어떤 냄새가 날까? 향의 영역보다 나란 사람은 어떤 냄새의 인간인지 궁금했다. 향수를 아무리 뿌려도 감춰지지 않는 나의 냄새는 어떨까? 후각의 영역을 넘어 오감, 육감의 영역. 표정, 말, 감정까지의 냄새 말이다.
아마도 1~2주 전까지는 뉴스레터를 보는 친구들이 가장 먼저 알았을 것이다. '얘... 힘든 냄새가 난다... 멘탈 부서진 냄새가 난다...' 나도 알았다. 나에게서 안 좋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그 힘듦을 온몸으로 마땅히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 냄새가 고약해지기 전, 날 구해준 건 소정님이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조바심나는 친구들'을 위해 책을 냈다.
『컨티뉴어스』라는 책. 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특정 구간에서 유리천장을 만났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나였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노력은 성과가 되지 않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안 보이는 지금. 물속에서 눈을 뜬 것처럼 세상이 뿌옇게 보였던 그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효정아. 너 힘들었다며. 들었어. 왜 말 안 했어! (...) 그렇게 있으면 골병나니까 일을 해야 해. 너에게 지금 필요한 건 최고의 팀이야. 우리 몇 주라도 같이 해볼래?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곳으로 함께 가자!" 나는 핑 도는 눈물을 삼키고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함께한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다. 참 신기했다. 둘째 날까지는 그녀를 너무 좋아해서 '너무 잘하고 싶어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리고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하는 생각도 공존했다. 그렇게 며칠을 잠을 줄여가며 일했고, 며칠 전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편안하진 않지만, 편안을 느끼는 상태로는 도달했다.
짧다면 짧은 일주일 사이에 소정님 부부와 함께 일하며 나눈 대화들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힌트를 얻었다. 그 힌트들에 내 생각을 덧붙여서 친구들에게도 나누고자 한다. 나도 나중에 꺼내볼 겸 해서!
나는 팬더일까, 개미일까? 팬더는 독립적, 개미는 협력적이다. 세상에 강한 사람들은 소수지만 눈에 정말 잘 보인다. 팬더같은 사람들. 그녀는 그들을 보며 따라 하려다가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다. 나의 본성 Human Nature을 알아야 했다. 나는 팬더일까, 개미일까? 사실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이걸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그다음, 내가 있을 환경을 선택해야 했다. 팬더라면 독립적인 환경, 개미라면 협력할 수 있는 환경 말이다.
그렇다. 내 앞에 누가 걸어가느냐에 따라 구린내가 나기도, 향기가 나기도 하지 않는가. 또, 구린내가 나는 곳에 있으면 나에게도 구린내가 난다. 향기로운 곳에 있으면 나 또한 향기로워진다. 구린내든 향기든 오래 지속되면 그 환경에 적응해 버린다.
구린내와 향기의 기준은 좋고 나쁜 환경이 아니라,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것이다. 세상에 좋고, 나쁜 것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환경을 선택하는 건, 너무나도 중요했다.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환경들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고 그랬던 환경들을 여럿 마주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 선택이 건강하지 못했다는 것을.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팬더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혼자일 때 빛나는 사람.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조금은 더 살아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터이니,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소정님 부부와 함께하는 환경은 안전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창업할지, 프리랜서를 할지, 회사를 들어갈지...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일하는 지금이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쓰이고 있어서'. 그리고 그들은 사람을 잘 쓰는 사람들이라 내 재능을 발견해 줄 것 같아서.
사실 조금만 더 함께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억지웃음을 찐 웃음으로 바꿔준 이들이라서. 온갖 색이 섞여 검게 되어버린 나에게... 나만의 색을 다시 하나씩 꺼내 무지개를 보여준 그들이라서. 오래오래 일을 사랑하자는 이들의 메시지에 반해버려서 나는 조금 더 오래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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