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부족한 건, 예쁘고 고운 말 쓰기다. 그러다 보니 마음보다 말이 날카로운 날엔 사람들이 떠나갔다. 말실수,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친 언어들… 말뿐이었을까. 아마도 비언어적 요소들, 표정과 행동도 한몫 했겠지. 근데 단순히 말과 행동을 예쁘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효정아, 너와 함께한 리더분들은 어떤 분들이었어?" 소정님*께서 물으셨다. 그 질문에 6년간 함께해 온 리더분들을 돌아봤다. 대부분 직설적이고 똑똑하며 능력 좋은 분들이었다. 난 똑똑하고 능력 좋은 분들은 늘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기에 그들을 존경하고 잘 따랐다.
그걸 들으신 황호님*께서 "일은 확실히 배웠겠네"라고 하셨다. 나는 "오! 맞아요!"라고 맞장구쳤다. 생각해 보니 나는 리더들 덕분에, 내가 일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소정님은 TRUS 그룹을 이끄시는 대표님이자, 나의 스승님이자 책 『컨티뉴어스』와 『인문학 습관』을 쓰신 분이다. 황호님은 소정님의 남편이자, TRUS 그룹을 이끄시는 경영진이자, 이분 또한 나의 다른 결의 스승님이다.
그렇지만 내가 아직 배워야 하는 게 더 있었다. 인성 人性. 나의 리더들이 인성이 안 좋았다는 게 아니라, 내가 인성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인성 人性. 사람의 성품. 성품을 뜻하는 性자는 '착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 '타고난 심성'을 뜻한다. 그렇기에 인성이 좋다는 건, 착해진다거나 말을 예쁘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타고난 심성을 알고 통제하거나 강점으로 쓰는 것이었다.
그랬다. 난 내가 타고난 심성을 몰랐다. 사실 외면한 것에 가깝다. 이제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소정님과 황호님 덕분에 깨닫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가.
20년 전쯤으로 돌아가 볼까. 어렸을 적에도 나는 늘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다. 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설득보다 화를 먼저 냈던 아이였다. 한마디로, 다혈질. 아마도 부모님의 기질과 닮아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다혈질은 사람들과 어울리기엔 그리 좋지 않았다. 신뢰가 쌓였더라도, 으르렁 한 번에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그걸 몰랐던 나는 늘 신뢰는 쌓이기만 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신뢰가 쌓였으니 나를 이해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나는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밥을 차려주시며 해주셨던 소정님 어머니의 말씀이 아직도 선명하다. "말을 세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냥 안 맞는 거예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그날의 밥은 지혜로운 사랑이었다. 맞다, 이렇게 부딪히며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찾아나가는 거겠지.
다혈질은 바꿀 수 없다. 그럼에도 '알면 통제할 수 있다'는 말처럼 그 기질을 스스로 인지했으니, 이제는 통제하면 된다. 불쑥 튀어나오는 그 기질을 관리하는 법을 찾으면 된다. 오! 뭔가 다음 단계로 넘어간 기분이야! 홀가분한데?
다음 날, 소정님의 초대로 TRUS 그룹 내부 브랜딩 미팅에서 박재현 교수님을 뵙게 되었다. '정말 우아하신 분'이라는 향기가 스쳤다. 여기서 의미하는 우아하다는 건, '자신의 타고난 기질과 성품을 알고, 그것을 잘 쓰는 것'이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유머러스했다. 피드백은 정확하게 하면서도, 유머러스함으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그 피드백 안에는 '정말 너네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사랑이 흘러넘치는 걸 외부인인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그를 존경하고 따를 수밖에!
나는 약했기에 뾰족한 가시로 공격했고, 그는 강했기에 뾰족한 가시를 멋진 가시로 만들었다. 그 점이 달랐다. 그래도 '그들도 나와 같은 시간이 있었겠지…' 하며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강한 자는 우아하구나. 강한 자는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잘 쓰는구나. 강한 자는 마음속에 사랑을 잃지 않는구나. 오늘도 마음에 깊이 새겨본다. 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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