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어떻게 너가 나한테...' '회사를 위해 계속 희생했는데 회사가 어떻게 나한테...' 이 생각을 꽤나 오랫동안 진실로 믿고 상대를 미워하며 살았다.
착각이었다. 모두 나 편해지자고 만든 생각들이었다. 사실 '너를 위해' 했던 행동도 내 마음 편하자고 한거고, '회사를 위한다'는 행동도 내가 더 인정받기 위해 했던 거였다.
나에게 '위한다'는 것은 자동으로 기브앤테이크의 마음이 탑재되더라. '아니야. 너는 진짜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어도 돼'라고 머리로는 납득했지만, 마음은 늘 그렇지 않았다.
그 마음은 보통 관계가 안 좋아졌을 때 불쑥 튀어나왔다. 심지어 상대는 나의 마음과 행동을 바라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실망감을 대놓고 티 내진 않았지만, 그들이 내 이런 마음을 알았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난 왜 이렇게 반복적으로 사람에게 실망하고 상처받는지 생각해 봤다. 대부분 '위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실망했던 그 마음속에는, '내가 원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았음'이 깔려있었다.
가까운 관계나 회사일수록 상처가 더 컸다. 그들은 그들의 선에서 분명 최선을 다했을 텐데, 나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순간... 그 최선도 최선이 아니라며 그들의 마음마저 부정하며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럴수록 나만 썩어갔다. 온갖 기대를 잔뜩 하고, 혼자 잔뜩 실망하기 일쑤였다. '기대하지 말자'라고 해놓고, 기대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자괴감까지 들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의 고리를 끊어내는 명쾌한 관점. '위한다'고 착각하지 말자. 그것을 넘어,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겐 자극이 되고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자. 선의로 했던 행동일지라도 말이다.
극단적으로 '선의를 베풀지 말자'고 하는 건 아니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나에게 삶의 동력이 되고, 실제로 상대에게도 행복을 주지 않은가.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한 나의 행동은, 꼭 돌아오진 않더라도 좋은 결과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의 나에게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은, 타인을 '위한다'는 착각으로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의 무게가 같지 않다고 실망하지 말고, 내 행동을 돌려받을 기대도 하지 말자.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아니라 '나'니까.
상대에게 너무 크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래... 내가 그 행동을 한 것도 사실 다 나를 위해서 한거지...' 정도로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상처가 큰 그런 날, 정신차리기 위해 꺼내볼 글이 필요해서 이렇게 뉴스레터에 남겨본다.
돌이켜보면 미워하는 마음은 너무 크고 강했다. 심지어 쉽게 깨지지도 않고 단단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이 나의 일상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경험을 몇 번 해보니, 나를 지키기 위해 흘려보낼 관점도 고민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글 하나 정도는 남길 수 있는 걸 보니... 상처는 쓰리지만 경험은 값졌구나.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 있다. '내 가까운 옆자리들은 갯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너무 많은 사람을 가까이 두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
위 이야기와 쓰린 경험을 종합 해보니, 감사하게도 좋은 질문들이 마구 쏟아졌다. 누구를 내 가까이 두어야 할지, 나와 조금 먼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까운 이들과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을 어떤 무게로 각각 나눠야 할지... 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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