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MBTI는 ENTP. 나는 MBTI에 과몰입한 케이스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MBTI를 주제로 써내려가고 싶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살아오며 난 내 성격이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평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과거에는 이해되지 않는 사람투성이였다.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해야 할 때 숨는 사람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똑같았다. 아니, 몇 년 전까지도 똑같았다. '쟤는 왜 저러지?'하고 끊어냈던 관계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부끄럽지만 MBTI가 유행하기 전까지 난 그런 사람이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꽉 막힌 사람.
그랬기에 늘 주장하는 삶을 살아왔다. 나의 생각이든, 나의 의견이든. 상대방에게는 늘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다. 늘 자기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다.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다 나처럼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난 나와 같을 거라는 높은 기대감으로 팀원에게 부담을 주었고, 나는 늘 실망했다. 그렇게 첫 번째 팀원과 좋지 않은 이별을 하게 되었다.
'다름'과 '틀림'은 정말 다른 건데, 참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나와 다른 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게 인생 살기 편했기 때문일까. 그랬던 내가 '다름'을 조금씩 인정하게 된 게, 'MBTI'였던 것이다. 다르다는 걸 깨닫고 나니, 예전의 나의 실수들과 잘못된 생각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내가 참 부끄러웠다.
'쟤 왜 저래?'가 아니고 '쟤는 저렇구나!'라고 인정했어야 하는 순간들은 참 많았고, 내가 강요해선 안 되는 것들을 강요했던 경우도 참 많았다. 나는 늘 목소리가 컸고, 상처도 많이 주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상처받기도 했었다. 나랑 함께 놀다가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는 친구도 이해할 수 없어 서운해했다. '나와 노는 게 재미없나? 내가 뭐 실수했나?' 이런 생각으로 찝찝하게 집에 갈 때도 있었다. 가끔은 화도 냈고, 가끔은 집에 돌아가 울기도 했다.
지금도 나의 동료인 전 직장 동생에게 했던 말들의 변화를 봐도 알 수 있다. (보고 있니...?) 구 동료이자 동생, 현 팀원인 그 친구와 예전에 참 술을 많이 먹었었다. 그때마다 내 생각대로, 내 관점대로 그 친구를 바꾸려 했었다. 그 친구가 잘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예를 들면, 5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상상하고, 지금 나의 모습에서 어떤 점을 갖추어 나가야 하는지 그려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에 같이 찾아주려고도 했고, 찾아보라고 강요도 했었다. 사실 이건 내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었고, 그 친구에게는 맞지 않은 옷이었다는 걸 최근 들어 깨달았다.
이제는 그 친구와 같은 주제여도 내가 진짜로 생각이 바뀌었고, 과거와는 다르게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지금은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좋아하는 일은 꼭 없어도 된다고. 모든 사람이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내가 생각해도 '다름'을 깨달은 이후, 성격이참 차분해졌다. 흥분하고 화나는 이유가 확실히 적어졌다. (그래도 물론 화가 자주 나기는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은 내가 착해졌다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차분해졌다고 말한다. 주변인이 깨닫게 되는 건, 좋은 현상이다.
모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듯이, 모두의 삶과 성격은 다르다. 나의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내 생각을 주입해서도 안 된다. 내가 팀장으로 있는 지금도,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은 미래도, 누구에게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나의 부모일지라도, 나의 자녀일지라도.
난 그렇게 MBTI로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니, '다름'을 알게 되었다. 이건 나에게 MBTI의 순기능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앞으로 MBTI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나를 소개하는 도구 정도로 활용하겠지만, '다름'을 알게 해준 'MBTI의 유행'에는 늘 고마워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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