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원지님의 퇴사 이유를 유퀴즈 영상으로 보았다. "점심시간이 1시에 끝나잖아요. 시계를 보고 딱 앉습니다. 1시 전에는 절대 일을 시작하지 않아요. 그래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10년 뒤 1시에도 똑같이 이러고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사직서를 바로 내고..."
좋아하는 공간에 가만히 앉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읽다가, 책의 내용과 유퀴즈 영상이 오버랩 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월요일을 싫어하는 삶을 살 것인가. 언제까지 오후 1시를 싫어하는 삶을 살 것인가. 월화수목금... 9 to 6...에 맞춰진 몇십 년 동안 난 과연 행복할까?'
대답은 다들 예상했다시피 NO였다. 그렇지만 월요일, 오후 1시를 싫어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업만이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결국, 월요일에도 오후 1시에도 일하고 싶어 안달이 날 만한 그런 일을 하는 게 중요할 것.
몰두 沒頭와 전심 專心. 몰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어떤 일에 오로지 파묻힘. 전심, 오로지 그 일에만 마음을 씀. 그랬다. 나는 몰두할 수 있는, 전심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몰두와 몰입이라는 단어를 함께 쓰일 텐데 동일한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이 조직에서 나는 몰두하고, 전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면 될 것. 혹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자력으로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면 될 것.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더라도, 그걸 내가 하고 싶은지도 고민해볼 것.
시간은 모두에게 24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몰입의 정도에 따라 시간은 성큼성큼 빠르게 가기도, 엉금엉금 느리게 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요즘 내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돌아보아야만 했다.
느렸다. 그것도 너무너무 느렸다. 화요일을 목요일로 착각할 만큼 시간이 죽도록 안 갔다. 아, 내 몰입은 와장창 깨져버렸구나. 슬펐다. 몰입을 깨는 폭탄이 곳곳에서 터졌다. 혼자 제거할 수 없는 폭탄들은 내 안에도, 내 밖에도 쉴 새 없이 터졌다.
시간을 펼쳐보자. 1일 24시간, 1주 168시간, 1년 8,760시간. 지금처럼 나의 하루 생산 시간을 9 to 6에 맞추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타인에 의한, 사회에 의한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한 최고의 하루 생산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것이 창업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하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난 어떻게 쓸까?'하는 호기심. 그럼에도 게으른 성향 탓에 하루 3분의 2는 누워있을까 봐 두렵기도 했다.
사실 특정 시간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내 삶 안에서 흐르는 시간의 속도가 중요하다. 결국, 몰두와 전심을 다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 힌트는 책 『여덟 단어』에서 얻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여덟 단어』에서 얻은 힌트를 나름대로 해석해보자면 이렇다. 선택의 기준은 '그 일이 5년, 10년 후에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될 수 있다. 나의 미래에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
아마 여기에 하나 덧붙여야 할 것. '일'로서 가치가 있으려면,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 내가 몰두하고 전심한 그 일에,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할만한 것인지 점검할 것.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그 누구도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이상한 예술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공간과 물건을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공간과 물건이 주는 힘'을 좋아한다. '공간과 물건의 힘이 합쳐졌을 때 나의 소우주가 열리는 그 상태'를 좋아한다. 그것을 기획자로서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나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내가 구현한 컨셉이 그대로 느껴져 기꺼이 지불할만한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 공간이든, 물건이든.
올해부터 작게 내가 하고 싶은, 그리고 세상에 꼭 던져야 할 메시지를 물건과 공간에 담아 고객에게 평가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것의 첫 번째 단계는 특정 아이템을 딱 하나 정하기보다, 내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다듬고 그 메시지에서 파생된 형태는 자유로울 것.
변화를 즐기는 인간이니, 너무 틀에 갇히지 않고 늘 자유로운 방법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무엇을 하고 싶다. 물론 오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그럼에도 정말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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