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도저히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며칠 전 풀었다. "너는 어떤 사람을 좋아해?"에 대한 간결한 대답 말이다. 전에는 이렇게 답했다. "똑똑한 사람 좋아해." 이렇게 내뱉은 날이면 잠자기 직전에 늘 찝찝했다. '아닌 것 같은데... 근데 정확하게 형용할 말을 모르겠어...'
이 알레르기 같은 거부반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머릿속에서 '똑똑하다'의 재정의가 필요해 보였다.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똑똑-하다.
1. 또렷하고 분명하다.
2. 사리를 분명하게 가릴 줄 알거나, 사물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처리할 줄 아는 슬기를 가진 상태에 있다. 또는, (사람이) 그런 슬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말과 행동으로 자기의 생각이나 뜻을 분명하고 자신 있게 나타낼 줄 아는 상태에 있다.
역시나, 잘못 쓰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해온 '똑똑하다'의 의미와 찾아본 사전적 정의는 전혀 달랐다. 난 지금까지 똑똑함은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 했을 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 똑똑한 사람이라 하면 'IQ가 높고 뭐든 아는 채를 너무해서 재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왔으니까.
타고났다는 것은 태초에 멈춰있다. 난 태어나자마자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하는 게 아닌데. 뭔가 이상했다.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좋아하고 좋아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색이 강렬한 사람들이었다. 색 또한 멈춰있는 게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있는 상태. 표현이 어려워, '물과 물감'에 비유해보자면... 투명한 물에 물감을 계속 똑똑똑 떨어뜨려, 투명한 물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색을 갖는 그런 순간의 동적인 것. 혹은 그런 과정을 통해 강렬한 색을 가지게 된 상태.
투명한 물에 빨간색 물방울이 떨어진다. 저항하기 위해 잠시 출렁이다 이내 그 물방울을 받아들인다. 하나의 빨간색 물방울은 투명한 물에 희석된다. 계속 떨어진다. 점점 물은 빨갛게 변한다. 그러다 파란색 물방울이 떨어진다. 계속 떨어진다. 보라색 물이 되었다. 물이 아프다. 투명하고 깨끗한 물을 다시 부어 투명하게 만든다. 처음으로 돌아가, 빨간색 물방울부터 다시 떨어뜨린다.
이런 사람을 사랑한다. 아니,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난 IQ가 높이 태어난 인간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밀도를 가지는 과정에 있거나 밀도를 가진 사람'을 사랑했던 거였다. 난 이런 사람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색의 밀도가 높은 사람.
그렇다면, 밀도는 어떻게 높아질까? 사실 간단하다. 밀도를 만드는 건,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있다. 그 질문의 본질은 '나'로 귀결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수만 번 던져 간결한 답을 얻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사실, 간단하지가 않다.
어떤 색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색 혼합의 원리로 보면, 검은색이 되기는 싫다. 모든 것을 받아들여 잡다해진 검은 색은 싫다. 이왕이면 원색이 좋다. 빨간색 🔴, 파란색 🔵, 초록색 🟢!
근데... 내 색깔이 너무 또렷해질 때 자칫하면 세상의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불장군이 될 수 있다. (너무 섣부른 걱정인가... 그래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일까?
다양성. 난 빨간색이더라도,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 검은색, 무지개색 사람들도 세상에 존재하는구나'하는 이해과 존중. 그것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 그런 지혜로운 사람과 함께하고 싶고, 너무나도 어렵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누가 나에게 "어떤 사람을 좋아해?"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밀도가 높은 사람을 좋아해." 또, "밀도가 높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라 묻는다면, "'나'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밀도 높은 사람을 좋아해. 그러면서 다양성을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해."
난 어떤 상태일까? 말해 뭐하나, 당연히 밀도가 부족한 상태거나 검은색 물인 상태다. 그럼에도 난 알고 있다. 처음부터 뚜렷한 색깔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걸. 조급해지니까. 조급하면 자꾸 넘어지니까.
아무래도 지금 내 상태는 검은색 물인 것 같다. 투명한 물*로 다시 채우고, 색을 하나씩 받아들여 봐야겠다. *씻어내기 위해 채워지는 '투명한 물'은 '올바른 태도와 밝은 에너지'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계속 다양한 색을 받고, 투명한 물로 씻어내고... 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깨닫게 되지 않을까? 내가 어떤 색을 지녔을 때 가장 멋지고 편한지. '아! 나는 초록색을 지녀야 가장 멋지구나!'처럼 선명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그다음은 초록색으로 계속 채우면 된다. 그렇게 살면 된다. 쉽게만 보이는 이것이 왜 이리도 어려울까.
(뜬금없지만) 물의 밀도는 4ㅋ ℃에서 최대라고 한다. 나도 4℃ 같은 태도의 온도로 최선의 밀도를 가진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해본다. 그리고 자신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하겠노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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