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랬다저랬다 해?' '왜 자꾸 말 바꿔?'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특히 나의 리더들에게 말이죠. 하지만 이 생각의 빈도를 줄여준 문장이 만났습니다. "자꾸 바꾸는 게 아니라, 디벨롭 되는 거죠."
아, 이 문장은 제가 사용했던 문장이에요. 제가 리더가 되니 저 말들을 듣고 있더라고요.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고, 브랜드 에센스를 결정하고, 또다시 논의하고 바꾸고... 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저와 대표님에게 말하더라고요. '왜 자꾸 바꾸냐'고요. 그때 대표님과 함께 푸념하며 무의식중에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사실 억울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계속 바꾼 게 아닌데... "자꾸 바꾸는 게 아니라, 디벨롭하고 있는건데..." 이 문장을 내뱉고 속상했던 마음이 얼마나 클린해지던지, 그때 이 말을 떠올린 제 머리와 입에게 칭찬해주고 싶네요.
다른 길로 잠깐 새볼게요. 제가 구독하는 뉴스레터에서 이런 문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최근 알게된 차우진님의 뉴스레터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란 대체로 '세계 1등' 같은 순위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플랫폼 비즈니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사실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도 어떤 분야에서의 1등이 되기 위함이 아닌 것처럼요. 어린 시절 공부와는 목적 자체가 확연히 다르죠. 저는 '계속 살아남기 위해' 공부합니다. '계속 성장'해야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합니다.
위 문구는 브랜드에서도 유효합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브랜드의 규모와 큰 상관이 없죠. 작은 브랜드더라도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하우가 DNA에 계속 새겨져야 합니다.
어쩌면 어제의 내 생각과 행보를 오늘 부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이니까요. 그 DNA는 어제의 나를 부정한다는 것을 오늘 세상에 꺼낼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고민이 생겨버렸습니다. 브랜드에서 변해야 할 것과 변치 말아야 할 건 무엇일까. 정말로 변치 말아야 할 것이 있는 걸까. 나에게 치환해 동일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가 변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변치 말아야 할 건 무엇일까.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으면 가라앉게 됩니다.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때 발버둥 쳐도 가라앉게 되지요. 아, 어렵습니다.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일과 삶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약간 요상한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이 글을 쓰다 보면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주제에 돌아와 보자면, 제대로 변해야 한다는 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함입니다. 그럼에도 변화에는 늘 잡음이 따라옵니다. '이랬다저랬다'라고 수근거릴 수 있겠죠.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철저히 나의 잘못이죠. 나의 머릿속에는 그 과정의 시퀀스가 꽉 채워져 있지만, 상대의 머릿속에는 시퀀스가 뻥뻥 뚫려있을 테니까요.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할 독고다이 인생, 독고다이 브랜드로 살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변화에 대하여 함께하는 이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득에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 근거를 반드시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상대의 머릿속에 빈 시퀀스를 채워줄 필요는 있죠.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 결국, 이 변화가 우리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는가, 반하는가만 두고 논의하면 됩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최악이었습니다. 그냥 취향이나 감이나 직관에 의해 주장하는 변화.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하는 변화가 아니라요.
저런 경우에 쓸데없는 변화의 변명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아니라 디벨롭되는 거지"로 쓰이지 않길.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적어도 '지속적인 성장'을 고민했어야 합니다.
쓰다 보니 아까 했던 고민이 조금은 정리되었습니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변하지 말아야 할 건... '목적'이네요. "변화는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함'이다."라는 대전제이자 목적.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은 변해도 되겠네요.
그래서 우리는 잘 구분해야 합니다. 변화를 위한 그 생각이... 단순히 감에 의존한 것인가, 큰 대류를 읽어낸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것인가. 그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변화던가요? 그렇다면 뒤도 보지 말고 달려봅시다.
달리기로 한 후에도 많은 문제에 부딪힙니다. 특히, 저는 관성에 부딪힐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변화는 관성을 거슬러야 하는 때가 반드시 찾아오게 됩니다. 완전히 RESET 해야 할 때도 있을 거고요.
그러니 서로 괜한 의심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기꺼이 탈피해야 한다면 과감히 RESET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다짐해봅니다.
아! 이 모든 이야기는 제가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뉴스레터 쓰는 주효정 1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주효정 2에게 하는 말이죠. 다만, 이 말들이 모두에게 힌트가 되길 바라볼 뿐입니다.
*돌아보니, 이번 주가 뉴스레터가 1년이 되는 주이더군요. 정확하게는 2022년 3월 20일부터 보냈네요. 1주년 기념 더 특별한 뉴스레터를 보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1년이라고 너무 호들갑 떨고 싶진 않았습니다. ...아직 1년이니까요.
1년을 돌이켜보니, 매주 뉴스레터를 쓰며 일기 같고 울퉁불퉁했던 글이 조금씩 관점을 갖고 생각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요. 함께 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따듯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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