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감함'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과감하다는 건 뭘까? 과감함과 무모함은 명백히 다르다. 과감함과 과격함 또한 다르다. '나.. 과감해져볼까?'라는 고민의 씨앗은 이랬다.
음식의 최악의 평가는 '너무 짜다', '너무 달다'와 같은 한쪽으로 치우친 악평이 아니라 '밍밍하다'이다. 하, 맞네. 내가 한 일을 누군가 밍밍하다고 하는 상황.. 상상도 하기 싫다. 차라리 극명하게 평이 갈리는 것이 낫지!
지금까지의 내가 했던 업무를 되돌아보았다. 사실 밍밍했다. 무無 맛이었다. 정확하게는 밍밍해지고 있었다. 아, 밍밍한 것에 돈만 퍼붓고 있으니 성과가 나지 않는 건 당연했다.
그랬다. 나는 리더가 되고 지금까지 임팩트보다 착함을 택했다. 내가 혹은 팀원들이 하는 액션으로 인해 담당하는 브랜드에 이슈가 발생할 것..., 즉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다. 리더가 되고 난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뾰족했던 아이디어를 내 손에 쥐어진 가위로 오려내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고 착한... 그런 둥근 공으로 만들었다.
결국, 사람이든 브랜드든 매력 싸움이다. 착하기만 한 건... 매력 포인트가 되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다고, 나쁘게 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착함보다 임팩트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둘 중에 '착함'을 택하면 안 됐던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착함'이 기준이 되면 안 됐다.
사귀고 싶은 친구로 생각해봐도 그랬다. '착하기만 한' 그런 친구는 나에게 전혀 매력이 없었다. 때로는 과감하고, 때로는 나약하며, 때로는 요상한 구석이 있는 그런 친구에게... 묘한 매력을 느꼈다.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도 그래야 했다.
착함으로 모두를 잡으려다... 단 한 명도 잡지 못한 꼴이었다. 무無 매력 인간, 무無 매력 브랜드 같으니. 아이고, 이제 그런 결정은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무無 맛의 브랜드는 아무도 팬으로 만들 수 없다.
스몰 브랜드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더욱 기업의 규모가 양극화된다고 느껴진다. 그러한 상황에서 매력을 더 뽐내야 했다. 적어도 대기업에 묻히지 않고, 스몰 브랜드보다 매력 강한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느끼는 곳은 나에겐 '착하기만 한' 브랜드가 아니었다. 오히려 고집스러운 브랜드, 자신만의 철학과 과감함을 가진 그런 브랜드였다.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 과감해지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과감함은 결국 행동이었다. 잘 빚은 철학을 행동으로 옮길 것, 실천할 것.
그런에도 과감함이라고 하면 자꾸 거부감이 들었다. 같이 떠오르는 단어들의 느낌 때문인 것 같았다. 과격함, 무모함 같은 단어들 말이다. 그래서 그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과감이라는 단어를 나만의 정의로 내려야 했다. 먼저 '과감'이라는 단어를 파자해보았다.
과감. 果 실과 과 敢 감히 감. '果 실과 과'는 열매는 맺는 형상을 뜻한다. 그것은 '결과'를 뜻한다. '敢 감히 감'은 손으로 감히 호랑이를 잡는 형상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과감을 이렇게 정의했다. 과감이란 '철학이라는 씨를 심고, 햇살과 바람을 받을 행동을 하여, 결과라는 열매를 맺는 것'. 비슷하게 떠올랐던 과격함, 무모함에는 '결과'라는 뜻이 전혀 없었다.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의 행보만이 아니다. 나 또한 과감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철학을 심고, 행동을 하여 햇살도 바람도 맞고, 결과라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좋아하는 브랜드,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좋아해 주길 바라여 끙끙 앓고 밍밍한 무언가가 되느니, 비록 적이 있더라도 멋진 열매를 맺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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