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해야 해."
나에게 이 말을 해준 사람들은 전부 존경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난 그들을 존경하는 만큼 정말 심플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난 최근까지도 심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심플하세요. 이 단순한 문장을 난 어떻게 해석해야 했을까? 나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마세요'로 해석했었다. 하지만 난 복잡한 생각을 안 한 이후로... 바보가 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는 '심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Simple의 어원을 파헤쳐봤다. Sim(같은, 비슷한)+ple(채우다). Simple은 12세기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어 '부분이 없다. 복잡성이 없다'라는 의미로, '단지 하나의 물질 또는 성분으로 구성된'의 의미는 14세기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이 단어에 집중했다. '단지 하나'
그렇다. Simple은 The ONE Thing(단 하나의 것)이었다. 최근 읽고 있는 책 <원씽>에서 나온 '단 하나'를 찾는 질문을 공유해보자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중 모든 일들을 제쳐 두고서라도 꼭 해야 할 단 '한 가지 일'(The ONE Thing)이 무엇입니까?"
ONE Thing. 나는 위 질문을 사실 한참 전에 알았음에도... ONE Thing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제목은 ONE Thing으로 쓰고... 내용은 Summary인 적도 많았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난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단 하나의 것을 고르려면, 그 외 모든 것들을 포기하라는 게 ONE Thing의 원리였다. 그런데도 난 포기의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단 하나를 선택해 그것만 했는데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지 않았을까 싶다.
단 하나의 것을 찾는 법,
철저히 빼고 빼내어
딱 하나만 고르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내가 초반부에 적었던 '복잡한 생각을 안 하니, 점점 바보가 되었다'는 말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모순이 아니다. 사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Simple은 결과라는 것이다.
나는 12월 한달동안 사업 아이템을 마구 적어보았다. 그렇게 적어본 11개의 사업 아이템을 대표님께 전부 다 말씀드려 그의 피드백을 기다렸다. 대표님은 내가 존경하는 사업 선배라 피드백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표님은 진심으로 모든 구성원이 사업하길 바라는 분이라, 나와는 거리낌 없이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걸 참고하길 바란다.
대표님은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을 모두 해주시고는 나에게 물으셨다. "효정님, 혹시 아이템 몇 개 정도 적어보셨어요?" 나는 대답했다. "11개요!" 대답의 숨은 의미는 이랬다. '저! 11개나 적어봤어요! 대단하죠?'
그때 돌아오는 대표님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효정님, 몇백 개 적어보셔야 해요. 저는 벽 2면을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우고 하나씩 떼면서 사업 아이템을 정했어요."
와, 머리가 띵했다. 11개도 많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많다는 기준은 모두 다르지만, 아이템 몇백 개는 내가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큰 숫자였다.
아, 그때 Simple의 진짜 속성을 깨달았던 것 같다. Simple은 결과라는 것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심플해질 수 있구나. 처음부터 1개만 생각하고 그것만 냅다 하는 게 아니구나. 몇백 개를 펼쳐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거구나. 그러려면 그 몇백 개를 치열하게 생각하는 게 시작이겠구나.'
비로소 심플,
복잡한 터널을 지나야만...
진정한 심플을 만난다.
돌이켜보면 세상 자체가 복잡하고 어지럽기 때문에, 우리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각은 잘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은 복잡한 생각이 낳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나도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리가 지끈거리고 쪼개질 것 같은 아픔에 늘 지고 마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각의 마침표를 복잡한 생각으로 찍었다. 더 가면 심플해질 수 있는데... 조금만 더 견디면 심플해질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타협하며 생각을 그만 두었다.
진정한 심플은... 고통스럽고 괴로운 과정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많고 많은 달콤한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어마어마한 황금 사과일지라도. 그리고 이나모리 가즈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아니 생각을 엄청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이 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
생각하는 고통과 괴로움을 견뎌야만... 비로소 심플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고통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즐겨... 심플한 인간이 되겠노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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