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 동안, 나는 매일 밤 F 성적표를 받았다. 학교 다닐 때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F 성적표. 누군가의 채점이 아니라, 스스로 채점하면서 말이다. 일에는 정답이 없지만, 그런데도 내가 오늘 했던 행동이 밤에 공부할 때마다 틀렸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된다. 그러나 반성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날 일에 투입되어 일하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
이것은 실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팀장으로서, 리더로서의 이야기다. 내가 대표님께 했던 행동, 내가 팀원들에게 했던 행동, 내가 동료에게 했던 행동까지. 하루하루 곱씹어보면 내가 잘못했던 것들에 대한 평가가 바로바로 나온다. 그것이 매일 나를 괴롭혔다.
충분히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매일 쉬지 않고 달린 게 더 문제였다. 화살을 계속 맞았는데, 치료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치료할 시간인 주말에도 이상하리만큼 잠만 쏟아져 잠만 잤다. 그렇게 몇 개월의 화살이 쌓였고, 지난주 나를 대차게 무너뜨렸다. 모두가 알 만큼 말이다.
요즘 들어 다들 나한테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고 했다. 푸석하고 다크서클 가득한 얼굴을 장착한 채, 며칠을 더 깊이 끙끙 앓던 중이었다. 티 내기 싫어하는 나. 결국 모두에게 티가 났다. 더 무너지기 전에 대표님께 털어놓자는 마음으로 대표님과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표님, 흐트러짐은 뭘까요?" 질문을 건넸다. 대표님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인간은 원래 흐트러지는 거예요. 인간이 어떻게 매일 똑같을 수 있나요? 어떤 날은 흐트러지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으면서 그렇게 사는 거죠." 대답을 들은 다음, 나는 한탄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저는 왜 흐트러진 모습을 싫어할까요?" 곧바로 대답하셨다. "효정님,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아요."
아, 그렇다. 내가 자주 들었던 말. 완벽주의. 생각해보니 사주 보러 갔을 때도, 이것만은 단단히 당부하셨더랬다. "완벽주의 제발 버리세요. 특히 그 회사에서 엄청나게 애쓰고 있는 것 같네요. 이마에 '대충 살자!' 이렇게 붙이고 다니세요." 내가 힘들었던 원인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져 가고 있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으라는 말. 흠, 완벽주의는 무엇일까?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추구하려는 태도'라 한다.
이번 주 어떤 날, 뉴러너클럽에서도 나는 물었다. "리더가 팀원의 업무를 모두 알아야 할까요?" 그러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리더가 팀원의 업무 모두를 알게 되는 순간, 마이크로 매니징이 시작됩니다. 그 순간 성과는 딱 리더가 아는만큼의 70~80점짜리가 나오죠. 리더가 다 손대는 순간 리더가 아는만큼의 100점도 못 가고 구성원의 가능성은 배제되어버리죠."
올해 난 팀에 전문가 친구들을 채용했다. 그들에게 좋은 피드백해 줘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그들의 기술을 배우려던 찰나,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대표님께, 뉴러너클럽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조직이 점점 더 커지고 성장할수록,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한 번은 나의 모든 관성을 버리고,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내가 점프업해야 하는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큰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관성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는 개선이 아니라, 리셋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다.
다시 돌아와, 이 죽일 놈의 완벽주의의 기저가 무엇일지 더 파헤쳐보았다. 깊숙이 들어가보니, 열등감이었다. 열등감 劣等感.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낮추어 평가하는 생각. 누구에게서 오는 열등감인지 헷갈렸고, 드디어 찾게 되었다.
내 열등감의 대상은 대표님이었다. 대표님을 존경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표님은 실무를 잘 알지 못하시는데, 허를 찌르는 질문을 많이 하신다. 그것이 참 부러웠다. 나는 내가 다 알아야 질문을 잘하는 편인데 말이다. 그래도 나의 열등감 대상을 정확하게 알게 되어 속이 편해졌다. 후-!
열등감을 근간으로 완벽주의에 찌든 나. 성장통에 사람이 이렇게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동료는 이렇게도 말해주었다. 그 성장통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니 적당히 아프길 바란다고.
모든 것을 내 손에 꽉 붙잡고 있었다. 내가 너무 꽉 쥐어 터져버린 모든 것들. 이제 손가락을 하나씩 펴는 게 아니라, 확 펴버려야 한다. RESET. 나는 원래 손을 꽉 쥐지 않는 사람처럼. 나의 관성에서, 나의 완벽주의에서 오늘 난 RESET을 선언하고자 한다. 물론 마음처럼 되진 않을 것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모두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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