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도대체 내가 하는 건 무엇인지 궁금해 종종 묻곤 한다. F&B 마케터라는 본업 말고, 사이드 프로젝트 말이다. 근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허허..) 그저 열심히 설계해보고 부러져보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내 인스타그램 친구라면 가끔 보았을 '121 CREW'! 121 CREW에 대해 T.M.I지만 소개해 보겠다. (소개하고 싶다!)
121 CREW의 탄생 배경은 '인간 주효정에 대한 주변인의 연민'이 깔려있다. 121 CREW는 상가를 덜컥 구하고 창업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세 사람 덕분에 나름 수월하게 론칭한 브랜드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인 동료 지수님, 친한 베프이자 회사 동료인 동현 오빠, 그리고 늘 든든한 지만님(놀랍게도 우리 회사 대표님이다..ㅎㅎ)까지 한 달 넘게 논의하고 만든 브랜드다. (아직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공간에 121만 원씩 월세가 꼬박꼬박 나가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3명이었다.
121 CREW는 '함께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서로 돕는 대면형 커뮤니티 브랜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관점이나 사람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다다고 생각해 우리만의 해석을 더 했다. 121 CREW가 정의한 사이드 프로젝트 Side Project는 '수익화 목적의 본업 외 프로젝트'이다.
단순 취미 활동, 스터디, 자격증 공부와 같이 수익화 목적이 없는 프로젝트는 우리와 함께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단순히 영화 보러 다니는 건 안 되지만 영화 소개 유튜브 운영은 된다.
121 CREW의 브랜드 슬로건*은 'Side Makes Money!'다. 우리가 하는 모든 Side 활동은 돈을 만든다는 의미로, Side 뒤에 자신이 원하는 명사를 붙여 자신만의 해석으로 만들 수 있는 확장성 문구로 정했다. *여기서 브랜드 슬로건은 Nike의 'Just Do It!' 같은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문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121 CREW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특별하다. 우리는 서로를 '사장님'이라 부른다. 더 정확하게는 내 이름인 주효정에서 불리고 싶은 한 글자와 사장님을 붙여 '주 사장님'과 같이 부른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사장님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호칭으로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지수님 아이디어! 나이스!)
혹시 121 CREW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 노션 링크로 이동하길 바란다. (2기도 곧 모집할 예정!) [노션 링크]
(급발진.. 시작..) 6개월 동안 운영하던 121 CREW에 대한 회의감이 든 건 1달 전쯤부터였다. 사실 나는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작업실을 구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모임을 운영하려고 공간을 구했던 건 아니었다.
121 CREW는 사실 아이디어도 정말 좋고, 무조건 잘 될 브랜드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0~1기까지 운영하며 121 CREW는 나에게 즐거움보다 부담감을 훨씬 더 많이 주었다. 부담의 원인은 '운영비 명목으로 크루에게 월 5만 원씩 받았던 것'이었다. 사실 평범한 운영비였지만, 저 빌어먹을 5만 원이 나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었다. 돈을 받았으니 그 이상의 가치를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121 CREW에서 내가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 하고 싶은데.. 나는 121 CREW를 운영만 하고 있네.. 운영비를 크루원에게 받아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마음대로 못해..' 라고 생각하며 우울하기까지 했다. 그런 우울감과 부담감은 나의 흥미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타이밍! 나는 '본트'라는 회사를 키우고 싶다. (물론 지금은 사업자명 정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본트(Bont)의 뜻은 놀랍게도 '본질부터 트렌드까지!'이라는 한글 문구의 줄임말이다. 초기에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마케터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커뮤니티였다. 그래서 마케터에 핏한 문구로 회사명까지 정했다.
내가 꿈꾼 마케터를 위한 공간 '본트'는 후암동 같은 정감 넘치는 동네에 빨간벽돌 2층 단독 주택 같은 상가 건물에 마당도 있고 루프탑도 있는 멋진 공간에 차리고 싶다. 1층은 마케터를 위한 책과 제품이 큐레이션 해놓고, 1층의 한쪽 공간에는 전시 공간을 두어 신제품이나 캠페인을 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대관하는 방식으로 하고자 했다.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그 전시 공간의 바이럴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1층에 작은 카페 공간도 있어 커피와 책을 구매해 2층으로 올라가면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평소에는 커피를 마시며 구매한 책을 읽는 조용한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마케터를 위한 강연, 북토크, 오프라인 모임 등의 시끌벅적하게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2층짜리 꿈을 꾼 채, 돈이라는 현실에 부딪혀 상수에서 하나씩 시도해보고 싶었다. 10평 정도 되는 공간이라서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마케터를 위한 제품/책 큐레이션을 해볼까? 마케터를 위한 강연과 북토크를 먼저 론칭해볼까? 마케터들과 함께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을 해볼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꾸몄던 공간에서 121 CREW를 하고 있다니...!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래도 121 CREW를 해보니, 공간 운영과 브랜드 구축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렇지만 내 리소스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픈 프로젝트를 위해, 앞으로 121 CREW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 121 CREW를 없애기엔 좋아하는 우리 크루원들과 나도 아쉬움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운영하기에는 너무 해비하다. 그래서 내가 찾은 결론은 이렇다.
121 CREW의 운영비 성격의 월 5만 원을 받지 않는다. 나는 121 CREW에 대한 최소한의 운영만을 하며 121 CREW에서 내가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 이렇게 정하니 마음이 명쾌해졌고, 갑자기 121 CREW도 너무 재밌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야!)
이제 나도 121 CREW에서 내가 하고픈 사이드 프로젝트를 크루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할 것이고, 그 과정을 즐길 거다! 아무튼 121 CREW 2기부터는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결론이다! (조금의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환급 제도는 운영할 것이다! 환급되지 못한 비용은 다같이 와인 파티할 때 쓰면 되겠다!)
후. 그렇게 121 CREW를 하며, 마케터를 위한 공간의 테스트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본트를 다시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설렌다! 당장은 121 CREW의 수익도 0원이라서 나에게 돈에 허덕이는 엄청난 시련이 오겠지만 그래도 난 행복할거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다!) 부담감도 거의 없을거고, 흥미는 마구 샘솓을거다!
그래. 재밌고 행복해야 지속할 수 있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어. 괴롭기만 하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행복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121 CREW로 오세요! (갑자기 홍보? 아직 2기 모집 오픈도 안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121_CREW 팔로우 하시면 오픈 소식 받기 가능 ㅎㅎ)
마무리가 이상하네. 결론적으로는 121 CREW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는 얘기 😘 (TMI. 본업이 곧 정말 바빠질 예정이라 두렵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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