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내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 사실 작업실에 가까운 공간의 월세 121만 원. 그리고 최근 시작한 자취로 월세 67만 원 추가. 그 외 관리비까지 하면 월마다 200만 원 이상이 월세와 공과금으로 빠지고 있다. 다들 내가 돈을 많이 벌거나, 금수저인 줄 알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 저렇게 질러놓고 매일 돈에 허덕이며 살고 있으니까!
이런 나를 보는 지인들의 시선은 2가지로 나뉜다. '1) 쟤 드디어 미쳤나 보다.' '2) 쟤 이제 진짜 뭐 하려나 보다.' 물론 두 시선이 섞인 사람도 있다. 어쩌다 월세 200만 원을 혼자 감당하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보자면, 나의 괴상한 가치관 탓이다. 무엇이든 비용을 지불하면 경험을 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모든 경험에 돈을 지불한다. (간접 경험이란 내 사전에 없다.) 그렇게 난 내 친구들 주변에서 월급에 비해 월 고정비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라도 최고를 하는 것도 가끔은 뿌듯하다. (긍정적인 것인가ㅋㅋㅋㅋ 나는 정말 미쳤다ㅋㅋㅋㅋ)
내가 처음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나는 막연히 아이템도 없이 창업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팔랑귀인 난 강연에서 신기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창업자는 부모와 떨어져야 한다고! 이유는 기억 안 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덜컥 본집 주변 작업실용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거기서 뭘 해야 할지 몰라 개인 작업실이라고 공간의 성격만 번지르르하게 부여하고 친구들과 술 먹고 노는 장소로 활용했다. (내 친구들은 좋겠다. 나 같은 친구가 있어서!) 사실 무언가를 하려면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물건을 좋아하니 스마트 스토어를 해볼 수도 있었고, 글 쓰는 연습을 하면서 독립출판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좋아서 즐겨버렸다. 긴장감은 하나도 없이! 햇살 좋은 날 작업실에 가 책을 보다가 소파에서 낮잠을 자거나 혼자 넷플릭스를 보며 킥킥대며 혼자 놀고 나서 저녁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본가로 돌아갔다. 겁쟁이인 나는 잠은 꼬박꼬박 본가에서 자야 했으니까. (내 친구들이 나는 우주최강 겁쟁이라고 한다. TMI. 아! 첫 작업실의 월세는 60만 원이었다)
그렇게 첫 작업실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갔고 아무 결과물이 없다는 것에 크게 현타가 왔었다. 후!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나를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공간을! 그게 비싸고 결코 편할 수 없는 '상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첫 작업실이었던 오피스텔은 혼자 사부작사부작 하는 건 가능했지만, 상업 공간으로 등록할 수도 없고 법적으로 100% 주거 용도의 공간이었다. 같은 오피스텔 주민들은 자취방으로 사용하는 그런 건물이었다. 나만 이상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결국 내 의지 문제이긴 했지만, 늘 자기합리화할 거리를 찾는 본능 때문에 공간의 용도 탓을 하며 너무 즐겨버렸다.
두 번째 작업실은 6호선 합정과 홍대와 가까운 '상수'에 구했다. (성수 아니고 상수!) 여담이지만 상수로 구한 이유는 본가랑도 가깝고 회사랑도 가까워서이다. 그리고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조용한 곳이어서 좋았다!
두 번째 작업실은 위에서 말했듯이 월세가 121만 원이다. 다른 얘긴데 나는 110만 원이라고 월세가 올라와 있어서 "오!" 하고 계약했는데 아빠가 부가세 없냐고 묻길래 부동산에 물어보니 부가세가 있었다. (당연한 거라서 말 안 해줬나보다) 나는 그때까지 상가의 월세에 부가세 10%가 붙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하하! 나는 바보!)
공간 계약하게 된 시기에도 작은 스토리가 하나 있다. 지금은 퇴사했지만 내가 정말 좋아했던 다른 팀 동료가 있었다. 그 동료는 1달 뒤에 퇴사한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 싶던 창업을 하기 위해 용감한 결정을 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나의 창업 욕구의 트리거가 되었고, 정확하게 그 동료와 퇴사 이야기를 나눈 지 1주일 후 두 번째 작업실을 상가를 덜컥 계약했다.
내가 얼마나 즉흥적이고, 귀도 얇고 무언가 잘 저지르는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미치고 팔짝 뛰는 추진력이었다.
아무튼 내 월급의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는 상가를 계약하고, 한동안 나는 월세를 내기 급급해 돈에 허덕이며 살았다. 고정비가 갑자기 60만 원에서 2배인 121만 원이 나간다고 하니 갑자기 겁도 났다. 그때만 해도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충 '월급에서 이 정도 지출하고 허리띠 졸라매고 살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잘살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미친 소비는 끝이 없었다. 서른 살이 되기 직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독립을 하면 나만의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찼다. 그 때 부모님과 세대 차이를 많이 느끼고 있기도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것 같아서 거의 2주 만에 자취를 결정하고 자취방을 구해 본가를 나왔다. (TMI. 자취방은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구했다! 적당히 멀기도 한 딱 좋은 거리이다!)
다들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우주최고 겁쟁이인데.. 어떻게 자취할 생각을 했냐?" 라고 한다. 와! 나도 겁은 많은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혼자 잘 때 갑자기 나는 이상한 물소리, 바람 소리만 들려도, 밖에 누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세포가 긴장해 하루를 꼬박 새우는 나였다. 지금은 겁은 아직 많지만, 집은 안전하다고 뇌에 되새긴 후 집 안에서 어떤 소리가 나든 무섭지 않은 덜 겁쟁이 어른이 되었다.
자취의 시작은 부모님과 세대 차이가 서로에게 상처를 만들기 직전에 거의 도망치다시피 나오긴 했지만, '내가 자취를 해봐야 자취생한테 마케팅도 할 수 있지!' 하는 자기합리화를 또 했던 것 같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는 명분이 그것밖에 없었다. (지금 난 100% 초보 자취생이 되어 자취 관련 광고에 내가 엄청 타겟팅 되고 그 물건들을 도장 깨기 하듯 다 사고 있다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지금 나는 월 200만 원의 고정비를 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무조건 사이드 프로젝트나 부업을 해 추가 수익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 벌지 않으면 내 통장이 무너지는 구조니까...!) 나는 늘 리스크를 지고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2번의 큰 소비를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월 고정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생활비를 아끼는 방법을 역으로 배우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참 아이러니하네!
나는 사업자를 내서 상업 공간을 운영하는 경험에 121만 원을,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는 데 67만 원을 월마다 지불하고 있다. 어차피 이 돈은 계속 써야 하니 이 뉴스레터를 보는 분들은 부디 의심보다 응원을 보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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