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서비스든 회원등급의 최고를 찍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서비스에 꽂히면 하나만 조진다. (스포! 자취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예전에 만났던 전 남친이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나네. "효정아... 너는 세상의 모든 마케팅에 당하는 것 같아..." 맞다. 나는 1+1, 30% 할인, 사은품 증정 등 모든 넛지에 다 당한다. 내 소비 습관에 대한 불만을 담은 그의 말은 내가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아니 세상에 흥미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해버리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누군가 궁금하다면 그가 무얼 사는지 지켜보라. 현재 그의 소비 품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가 지금 관심을 쏟고 있는 카테고리가 무엇인지를 정말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요즘 마켓컬리와 오늘의집을 자주 이용한다. 내가 현재 꽂혀있는 것. 그렇다. 자취다. 초보 자취생이 그럴싸해 보이고자 하는 발악이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 아, 사실 현재 나의 관심은 자취가 발단이 되어 관심을 갖게 된 '자취 요리'에 더 가깝다.
마켓컬리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하나다. '신선한 원재료를 빠르게 받기 위해!' 지금 나는 요리에 빠져있다. 원물을 조리하며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좋고, 원물의 신선한 냄새가 좋다. 그리고 그 원물들이 나의 서툰 조리로 요리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게 즐겁다. 어른의 촉감놀이인 것 같다.
설거지는 귀찮지만 1인 가구라 설거지양이 많지 않아 아직은 버틸만하다. (지금 설거지통에 설거지가 쌓여있다. 아휴!) 아무튼 난 요즘 요리에 꽂혀있다. 솔직히 맛은 복불복이지만, 과정의 즐거움은 한결같다.
오늘의집은 제목처럼 VIP이다. VIP가 된 이유는 자취를 시작할 때 구매한 가구와 소품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취의 시작을 위한 소비로 오늘의집 사용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꾸준히 앱을 켜 작고 큰 소비를 한다. 지금 쇼핑 품목들을 쭉 살펴보니 주방도구가 참 많다. 아 맞다.. 나 지금 요리에 꽂혀있지?
주방도구만 샀는데 어떻게 VIP가 되었냐고? 아. 주방도구'만' 산 건 아니다. MBC 프로그램인 '구해줘 홈즈'의 한 의뢰인의 인테리어 철학이 나를 바꾸었다. 그는 디자이너였고, 계절마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 인테리어도 바꿀 수가 있는 거구나!' 그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생각해보면 늘 금방 싫증 부리는 나다. 그래서 자취한 지 두 달 반 만에 지금의 인테리어가 질렸다. 질렸다기보다는 새로움을 더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그래서 새로운 주방기구, 특히 그릇을 그렇게 샀나 보다. 그릇은 충분히 쌓아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 가구는 버리거나 당근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다는 생각조차 안 했다. 버리거나 당근을 해버리기엔 비싸게 산 것들이라 아까워서 인테리어 소품은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며 조금 찝찝하게 살아왔다.
그 의뢰인은 나라는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을 던졌고 그 파장은 소비로 이어졌다. 그래서 최근 1주일 사이에 오늘의집에 100만 원 정도 썼다. (친구들한테 또 혼나겠네.. 칭찬받을만한 것을 살짝 더해보자면, 정말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던 몇 개는 환불을 했다. 친구들한테 등짝 맞을 듯.. VIP 인증.. 어떻게 사면 VIP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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