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건을 구매할 때, 종종 가성비를 따지곤 한다.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뜻하는 말, 가성비. 요즘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의 뜻인 가심비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물건마다 조금은 다른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사람을 값으로 매기는 행위에 대해 불편함이 있지만, 우리를 값으로 매기는 한 가지 경우가 있다. 연봉. 사실 연봉은 사람 그 자체보다 그 사람의 성능에 대한 값어치라 말할 수 있다.
예전에 대표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저를 왜 뽑으셨나요?" 대표님은 이렇게 입을 땠다. "효정님,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채용은 가성비입니다.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죠. 효정님은 채용 시장에서 포텐셜이 있는데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느꼈어요. 엄청 연차가 높고 화려한 마케팅 경력을 가지신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분은 저희 조직 문화와 맞지 않을뿐더러 그에 비해 연봉이 터무니없이 높아 가성비가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가성비라고 말하는 저 사람은 '나를 물건으로 보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가만히 누워있는데 기분이 좋았다. '내가 가성비 좋은 인간이라니!'라는 생각으로 행복하게 잠들었다.
어떤 이는 말한다. 채용 시장에서 자신이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자신을 팔 줄 아는 자가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갈 수 있을 것. 이 말은 화려한 글과 말로 자신을 포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온라인 상품을 사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필요에 의해, 혹은 우연한 발견으로 구매하고자 마음을 먹게 된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고, 그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읽어보고, 후기를 찾아보며 괜찮은 제품인지 둘러본다. 혹시 비슷한 타 상품이 있는지 네이버에 검색도 해보고, 비교도 해본다. 그리고 한 상품을 구매한다. 그다음, 제품을 사용하며 만족스럽다면, 재구매한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면, 반품하거나 다신 사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이것을 채용 시장에 치환해보자. 기업은 TO가 났거나, 헤드헌터를 통해, 혹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채용을 결심하게 된다. 채용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살펴본다.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면접을 본다. 혹시 더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도 찾아본다. 면접까지 마치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연봉협상을 한다. 이 사람의 종합 평가와 합의된 연봉을 모두 고려하여,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채용되어도, 3개월 동안 수습 기간을 두어 서로 만족스러운지를 지켜보며 3개월 후에 최종으로 결정하게 된다.
우리도 연봉에 있어, 가성비가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정확하게는 가성비,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성능을 갖춘 인간이 되어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싼값에 자신의 값어치를 매기라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가치도 깎이는 것이니까.
가성비 좋은 인간.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이렇다. 돈과 삶의 원리는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역량이라는 성능이 좋지 않은데,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것은 사기꾼과 같다. 반면, 내가 분명히 성능이 좋은데,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은 거르는 것이 좋다.
그럼 연봉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자신의 성능을 키우면 된다. 우리가 돈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삶에 있어 돈은 기본이다.
한마디 보태자면, 직업별로 첫 연봉 금액이 천차만별로 다른 이유는 하나다. '대체 가능한가?' 의사가 연봉이 높은 이유는 확실한 전문성으로 대체 불가한 인재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자, 그럼 같은 직업 안에서도 연봉이 다른 이유는 딱 하나일 것이다. '대체 가능한가?'
저는 대체 가능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늘 성장을 쫓는다. 성장을 통해, 나의 성능을 높인다. 그렇게 1년을 열심히 보낸다. 그다음, 연봉협상 때 나의 성능을 입증한다. 내 성능에 맞는 연봉을 요구한다. 나의 지난 1년에 대한 보상과 앞으로의 1년의 가능성을 합의하고 최종 연봉을 결정한다.
연봉협상을 여러 번 했을 때 나는 너무 많이 받아도 부담스럽고, 너무 적게 받아도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내 기준 내에서 적당한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내 생각에 적당한 연봉을 받았고, 그래서 늘 만족했던 것 같다.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 사는 동안, '가성비 좋은 인간'으로 살 거다. 구매가보다 더 큰 성능과 심리적 만족으로 결국 값어치가 오르거나 재구매하게 되는 상품의 원리를 나에게 치환하여 이해할 것이다. 연봉보다 더 큰 역량으로, 다음 연봉 협상이라는 재구매 때 나를 입증할 것이다. 그리고 희소성이 높아, 더욱 값어치 높은 그런 인간이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성장을 쫓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자본 시장에서 '돈'은 '삶'과도 같다. 더 바라지도 덜 받지도 않는 적당한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난 성장하러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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