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더 잦고 깊게 어둠이 몰려온다. 스스로 어둠 속에 가두고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로 혼자 상처 입는다. 의도치 않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작은 상처를 주는 날에는 깊은 굴로 숨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어둠의 날이 요즘 자주 찾아온다는 거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아마 자취를 시작할 때쯤이었을까? 구체적으로는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를 들어줄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인가? 아니면 즐겁게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의 중압감이 몰려오던 시기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그냥 나는 미운 30살에 겪는 성장통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고로 성장통이라면 정말 이 시기가 지나서 무럭무럭 성장해야 할 텐데..! 자라지 않고 뚝 끊겨버리거나 짓밟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한켠에 있다.
30살! 니가 뭐길래. (30살 핑계를 대본다.) 처음 일을 막 시작할 때, 나는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그게 참 좋았다. 실수해도 귀엽게 봐줄 나이, 아무거나 물어봐도 귀엽게 봐줄 나이, 내가 실수해도 다른 사람이 책임져주기도 하는, 무엇이든 귀여워서 용서되는 나이. (물론 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실수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귀여운 막내로의 1년이 지나고, 내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선배들은 나만 남겨두고 나의 첫 회사를 각자의 이유로 떠났다.
선배들이 떠난 다음, 나에게는 아주 차갑고 매서운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방패막이였던 선배들이 떠나자 내가 직접 쌓아야 하는 인간관계, 그 과정에서의 나의 실수, 나의 오만함으로 관계를 망쳐버렸다. 상대방도 미성숙한 나와 똑같이 행동했고 나도 그 과정에서 크고 많은 상처를 입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릿하다. 누구 하나 잘한 사람 없이, 그렇게 나와 상처를 주고받았던 몇몇 사람들은 나를 욕하며 떠났다. 그렇게 힘든 나날이 지나가고, 이제는 다행히 칼바람을 만들지 않는 방법도 터득하고, 어떻게든 그 바람이 나에게 불 것 같으면 잘 피해 다닌다. 적당히 사랑받고, 적당히 좋은 사람으로 인정도 받으면서.
직장인이 된 지 만 5년이 되어가는 나. 나는 운이 좋게도 5년 중 4년 동안 리더의 역할을 부여받았었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상황이 만들어준 것이 더 크다. 지금도 어쩌다 보니 한 스타트업에서 팀장을 하고 있다. 사실 요즘 빈번한 내 어둠의 요인을 찾는다면 '팀장이기 때문에'가 가장 큰 것 같다.
최근 들어 난 팀장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가벼이 생각했던,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리더십의 형태는 팀이 무르익고 크기가 커질수록 오답처럼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리더십의 모양을 바꾸며 점점 더 발전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고 느껴져 힘들다.
그래서 요즘 스스로 부족함을 탓하며 내가 나에게 셀프로 크고 작은 상처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혼자, 자주 동굴로 들어가 숨어 있다. '내 역량은 여기까지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동굴로 들어갔다가 조금 나아지면 동굴 밖으로 기어 나온다. 동굴로의 왕복 열차를 100번쯤 탔을까? 사실 이제는 많이 지쳤다.
그래도 지난주 팀원들과의 1:1 미팅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의도치 않게 내 극도의 힘듦과 예민함이 팀원에게 닿았던 것 같다. 다들 내가 힘든 걸 눈치채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다들 나에게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따뜻한 우리 팀원들) 그리고 난 "괜찮지 않다."고 대답해버렸다.
팀원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잘 지켜왔던 나는 이번에는 팀원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나 보다.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다들 응원을 많이 해주었다. 참으로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을 우리 팀에 잘 모은 것 같다. (이건 셀프 칭찬!)
그럼에도 이 어둠은 그들의 위로로 해결될 수 없다. 애석하게도 나의 어둠은 팀원들과 연관되어 있다. 팀원 자체라기보다는 팀원에게 펼치는 나의 리더십과 연관되어 있다.
나 스스로 정리하지도 못한 채 나도 모르게 튀어 나가는 울퉁불퉁한 생각과 말들, 그 사이사이를 채운 뾰족한 말로 팀원들을 얼마나 혼란에 빠지게 하고,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팀장의 말에는 무게가 있고 책임이 따르는데, 뇌에서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튀어 나간 말들을 주워 담는 빈도가 요즘 잦아진 것 같다. 지금은 팀원이 6명이라 한 명씩 만나 이야기하며 풀 수 있지만, 팀원이 8~10명만 되어도 난 정말 내 행동과 말을 더 조심해야 할 텐데 말이다. 아직 맞닥뜨린 미래도 아니지만, 필연적으로 올해 다가올 미래이기에 벌써 겁이 난다.
내 지금 상태를 아는 몇몇 지인들은 나에게 조금 쉬라고 말한다. 너무 달리는 것 같다고, 그래서 넘어질 것 같다고 말하며..! 하지만 나는 쉼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겪어내야 한 뼘이라도 클 것이고, 쉬는 건 도망가는 것 같아서 싫다. 사실 잘 쉬는 방법도 모른다. (쉬는 방법을 모르는 불쌍한 현대인의 표본이랄까..!)
어둠을 극복하는 법을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도 쓰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다 보면 결국 해결되지 않을까? 마침내 스스로 극복도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사실 방법을 찾는 여정의 고달픔을 알기에 그 여정의 시작점에 가기 싫은 것 같기도.
어쩌겠나. 어둠은 어둠이고 내가 단단해야, 아니 단단해 보여야 나의 동료들을 지킬 수 있다. 흔들림은 파동처럼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커진다. 그래서 리더가 흔들리면 팀원들은 몇 배로 더 흔들린다. (대표님이 흔들리는 걸 보며 내가 더 흔들리는 것처럼.)
내가 중심을 잘 잡아 나는 비록 치이더라도 팀원들은 온실 속 화초로 상처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팀원에게 나의 흔들림을 보이는 것과 외부의 다양한 압력을 최소화하는 게 나의 몫이자 일이고, 그들의 개인적인 흔들림도 잡아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어쩔 수 없다. 나의 일이니, 해내야지.
그렇다. 리더에게는 완벽이라는 잣대가 너무 선명하고 명확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내 역량의 한계를 스스로 정의해버릴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나를 믿어주는 팀원들과 소중한 지인들의 응원으로 다시 한계를 지우고 훌훌 털고 일어서고자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리더도 완벽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대표님과 나를 보며..!)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난 완벽보다는 '완성'을 좇고 싶다.
후, 이렇게 나의 글에는 주제가 없다. 그냥 일기처럼 흘러가는 대로 써 내려갈 뿐이다. 오늘은 요즘 내가 겪는 어둠에 관해 썼지만, 다음은 인사이트 넘치는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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