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6월 18일은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30살의 생일은 조금 특이하게 보냈다. 생애 처음으로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가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한 날, 그게 바로 어제였다. 주최 측에서 제안이 왔을 때, 너무 행복했으나 날짜만은 외면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난 어제 행사에 파트너로 참여했고, 나 포함 참여한 구성원 모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잘 마무리했다. 그거면 됐다!
생일은 참 묘한 기분을 선사하는 유일무이한 연례행사다. 생일이 다가올 때는 애써 외면하려 노력하게 되고, 생일날에는 일부러 휴대폰을 덜 보려 애쓴다. 그리고 생일이 끝난 직후, '하... 내 생일 이제 1년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고 점점 생일을 잊게 된다.
생일은 유일하게 가족, 친구, 지인에게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축하받는 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응원과 그들의 진심이 쏟아지는 그런 날이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송희와는 생일'만'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의 말을 듬뿍 담아 메신저를 보낸다. (갑자기) 송희 이야기를 조금... 짧게라도... 해보고 싶다.
송희는 중학교 때부터 나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나와 정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이다. 예전부터 송희와 나는 약속했던 게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자고! 다른 친구보다 자주 보지 못해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굳게 믿자고 약속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 친구 송희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다. 예쁘고 귀여워서 깨물어지고 싶은 수호, 은호의 엄마다. 송희에게 '결혼'에 관해 물으면, '결혼이 자신에게 안정적인 삶을 선물했다'고 말한다. '아이'가 생긴 것, '엄마'가 되는 것에 관해 물으면, '아이를 통해 더욱 단단한 가족이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겪지 못한 결혼, 엄마까지 벌써 경험하고 있는 송희는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어른인 것 같다.
정말 어렸을 적, 나는 송희가 가장 먼저 내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했다. 아마 중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송희와 나는 서로의 생일에 엄청나게 긴장해있었다. 12시 땡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메신저를 보내기 위해, 미리 편지처럼 작성해두기도 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참 웃기는 애들이었구나!
송희가 해준 다양한 방식의 생일 축하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직도 생각나는 건, 고등학생 때 송희와 다른 친구가 등교하기 직전에 우리 집으로 찾아와 깜짝 파티를 해주었던 것. 집에 벨이 울리고, 문을 여니 고깔모자와 불붙은 초가 꽂힌 케이크와 함께 두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었다. 그 기억이 내 생일 역사 중 가장 큰 행복으로 남아있다. (그날 셋 다 지각할까 봐 케이크는 바로 냉장고에 넣고 셋이 손잡고 뛰어서 등교했던 것 같다. 청춘이었구나!)
다시 생일 이야기로 돌아오자. 생일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내 안에 흐르는 것 같다. '혹시 사람들이 내 생일을 까먹진 않을까?' '내 생일을 까먹어도 괜찮은데, 다들 미안해하면 어쩌지? 아니지, 그래도 까먹으면 나도 서운하긴 해!'와 같은 별별 생각을 다 한다. 그래서 오히려 생일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생일 전,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위시리스트를 쫙 업데이트하고 한 번 더 점검해 놓는다. 누군가에게는 뻔뻔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나의 생일에 정답이 없는 고민과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는 지인들. 그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고, 불편한 고민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 무엇이 갖고 싶은지 물어보면 나는 어느 정도의 가격대가 좋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살짝 불편하기도 하다. 또 내가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위시리스트를 가격대별로 다양한 카테고리로 해놓는 편이다. 이번 생일은 더 많은 카테고리를 해놨던 것 같다. 지금 꼭 필요한 생활용품을 하기도 했고, 갖고 싶었던 인테리어 소품이나 그릇들, 먹고 싶은 과일이나 소고기를 해놓았다. 선물하는 사람도 실용적인 걸 선호하는지, 예쁜 걸 선호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걸 보낼 수 있도록, 나도 내가 원하는 걸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는 그 위시리스트를 통해, 명확하고 편한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참 웃긴 게 생일 전날은 꼭 일찍 자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괜히 생일로 바뀌는 12시가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해야 하나? 내 생일이 6월 18일이면, 꼭 6월 17일은 오후 10~11시쯤 잠에 청한다는 말이다. 연락이 와도, 연락이 안 와도 그 시각이 주는 불편함 때문인 것 같다.
생일날 아침이 밝아와도, 핸드폰을 거의 보지 않는다. 바로 답장하면 기다렸다고 생각할까 봐 한참 뒤에 보는 것 같다. 안읽씹이 아니고 진짜 안읽, 폰을 거의 쳐다보지 않는다. 그렇게 오후쯤 되면 몇 번 확인하고, 감사의 답장을 보낸다. 이 심리도 내 것인데...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허허)
이번 생일은 조금 특이했다. 생일 선물을 미리 챙겨주는 친구들이 많았고, 생일 축하도 미리 해주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생일날의 묘한 그 긴장감을 조금 줄여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번 생일은 내가 회사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생일'은 묘한 긴장감을 주는 촉매제다. 6월 1일부터 생일이 포함된 달이라 약간의 긴장을 하고 있고, 생일이 지나가면 잘 지나갔다는 안도감으로 생일을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생일이 주는 긴장감의 희미한 경계 속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생일에 대한 기대가 주는 묘한 긴장감은 덜어지는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유일하게 나의 탄생만으로 축하와 응원을 받는 날이기에, 설렘과 긴장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싶다.
TMI. 매번 토요일에 뉴스레터를 쓰고, 안정적으로 예약 발행했었다. 이번은 어제 행사 참여로 일요일 그러니까 오늘 오후 8시 30분에 뉴스레터를 급하게 쓰고 있다. 그러니 탈고, 퇴고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비문이 많아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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