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보다 역량이 부족할 때, 흔히 '물경력'이라 한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물경력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래서, 또래 연차보다 늘 잘하려고 했다.
1~3년 차까지 '기술'을 배우고 싶어, 매주 1회 이상 외부 강의를 들었다.
마케터로서 배워야 할 기술을 무기 장착하듯이 하나씩 배워갔다.
2년 차에 일찍 팀장이 되고, 리더십 강연, 커뮤니티도 엄청 찾아다녔다.
배운 것을 실천해보면서 오히려 역풍 맞을 때도 있었지만, 그 역풍도 지금 나에겐 자산이 됐다.
9년 차인 지금, 다행히.. 물경력은 아닌 듯하다.
사실 요즘은 물경력을 혼자 재정의했다.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모름"
지금 내 실력이 회사에서는 나름 괜찮은데 밖에 나와서보니... 우물 안 개구리일 때가 많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내 실력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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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다, 일의 원리를 배운다.
1년 차엔 막내로서 귀여움을 받으면서, 일에 적응만 해도 박추 쳐준다.
하지만 1년이 끝나면? 적응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나는 1년 동안 귀여움받는 막내였다. 그러다 2년 차에 들어서는 순간, 선배들이 각자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갑자기 혼자가 되고 팀장이 되었다. 팀원을 뽑아야 하는 상황.
팀원, 후배가 생기는 순간. 일의 원리를 배워야 하는 순간이 온다. 알려줘야 하니까.
그때부터 나는, '일'이라는 환경에 적응을 마치고, '일의 원리'를 배우려고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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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차가 정리해본 일의 원리를 깨우치는 법
물경력이 되지 않으려면? 일의 원리를 깨우치려면?
먼저, 내가 어디까지 알고, 내가 어디까지 모르는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9년 차인 나는, 내가 이해될 때까지 3가지를 반복한다. ➊ 질문한다. ➋ 글 쓴다. ➌ 구조를 그린다.
➊ 질문한다. "내가 질문하는 이유는, 내 머릿 속에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서야." - 리더 황호
나와 함께 하는 리더 황호님은 질문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퍼즐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나도 그때 이후로 질문을 퍼즐 조각이라 생각했다.
내가 맞추고 싶은 퍼즐에 빈 퍼즐 조각을 질문하는 것. 이 질문법은 꽤나 유용했다.
먼저, 어떤 퍼즐을 맞추고 싶은지 생각한다. 그 다음... 내가 아는 것들을 리더에게 말하고, 모르는 퍼즐 조각을 질문한다.
➋ 글 쓴다.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글로 써보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를 때, 글로 써보면서 빈 구멍을 찾아보는 것.
글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INDEX, 즉 목차다. 내가 짠 목차에서 빈구멍을 가장 많이 발견한다. 글 쓰는 역량도 저절로 좋아진다.
➌ 구조를 그린다. 다이어그램, 마인드맵 등... 내가 하는 일을 구조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협업하는 일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려야 할 그림이 2개가 떠오른다.
- 조직도 : 협업 구조가 복잡할수록 R&R이 불분명해서 문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조직도를 그리고, 먼저 합의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다. - 일의 구조 :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의 구조를 그린다.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하면? 문제 정의, 컨셉 등을 구조화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일하면서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 함!)
나는 구조 그리는 연습을 저연차 때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처음엔 귀여운 구조를 그릴 수 있다가도, 점점 구조를 명확하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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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그려야 하는 2가지 이유
구조를 그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나-동료-고객까지 같은 그림으로 이해해야 해서 구조를 그리고 확정 짓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두 번째, 모르는 것을 점검하기 위해서. 나는 구조를 그리면? 꼭 리더에게 가져갔다. 내가 그린 구조를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리더는 바쁘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면 안 된다.
내가 그린 구조를 딱- 보여주고, 이 구조가 맞는지 피드백을 요청하면?
'어딘 맞고, 어딘 틀리고, 어딘 빠졌고...'와 같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 아~주 명쾌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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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은 점점 커진다. 퍼즐이 점점 합쳐진다.
처음은 작은 퍼즐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점점 퍼즐이 커진다. 그리고 참 재밌는 것은? 점점 퍼즐이 합쳐진다.
예를 들어보자. PD 시절 지겹도록 들었던 말. "영상은 초반 3초에 승부를 봐야 해." 그땐 그것만 생각하면서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앞에 인트로 3줄이 가장 중요해. 사람들은 글을 읽을지 말지 앞만 보니까." 이때도 초반이 중요하구나~ 했다.
PPT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맨 앞 3장이 가장 중요해. 거기서 확 당겨지지 않으면 설득할 수 없어."
처음은 각각의 퍼즐이었다. 하지만 모아보니 하나의 퍼즐이 되었다.
'콘텐츠는 초반이 가장 중요하구나. 인간은 초반에 볼 건지, 들을건 지를 결정하는구나.'
이런 퍼즐들이 쌓여가려면? 질문도 많이 해서 피드백 받고, 글도 내 생각 끝까지 써서 정리해 보고, 구조를 그려서 리더에게 가져가 보기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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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해? 직관적이야? 명쾌해? 계속 반복한다.
상대가 내 말이나 기획을 이해 못 한다? 복잡하게 느낀다?
내가 팀장인데, 팀원이 자꾸 다른 방향으로 일을 가져온다? 디자이너가 엉뚱한 디자인을 가져온다?
사실 내 생각이 복잡한 거다. 말도 복잡해서 상대가 못 알아듣는 거다.
질문하고, 글 쓰고, 구조 그리고...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점점 더 퍼즐이 선명해지면서, 심플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 적어도 물경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 그 자체 보다, 일의 원리를 끊임없이 생각하려고 노력해보기 위해 아이패드 미니(?) 샀다 (ㅋㅋㅋㅋㅋ) 그림을 어디서나 가볍게 그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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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뉴스레터 글 엮어서 생일 때 책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합치기 애매하네... 대부분 새로 써야할 판이다! 신청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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