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아는 척하는 지혜
"제가 이 일이 처음이라서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데스커 라운지 시절, 행사를 진행하기 전 모더레이터가 했던 말이다.
이 말에 대한 피드백은 이랬다. "처음이더라도, 어설프더라도, 그런 말은 사람들에게 하면 안 돼요."
진짜 처음이든, 예의상 하는 말이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피드백이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왜...? 처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을까?'
하지만 피드백은 달랐다. "처음이라고 하는 순간, 먼저, 기대감이 훅 떨어지죠.
그리고... 사람들은 당신을 초짜로 봐요. 돈 내고 왔는데 초짜한테 배우는 거잖아요. 모든 일은 기세라서 처음이라고 말하지 말고, 처음이어도 기세있는 게 중요해요."
오... 새로운 관점이었다.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게 지혜일 수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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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준비를 못 해서요. 제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최근, 한 동료가 회의에서 말했다. "제가 준비를 못해서요."
그때, 같은 피드백을 건냈다. "설령 준비를 못했더라도, 준비를 못했다고 말하면 안 돼요. 그럼, 사람들은 당신이 회의 준비를 안 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듣잖아요. 기대감 없이."
실제로... 그 동료는 준비를 잘 해왔다. 하지만, 준비를 못했다는 말에 나도 기대감이 쭉 떨어지는 걸 느끼고 깨달았다.
"제가 처음이라서요." "제가 준비를 못 해서요." "제가 잘 몰라서요." ... 같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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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모른 척하는 지혜
"제가 잘 몰라서 많이 알려주세요!" 정 반대의 사례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전문가와의 미팅에서 위 피드백을 줬던 리더가 했던 말이다.
헷갈렸다. 어떤 때에는 아는 척 해야 하고, 어떤 때에는 모른 척 해야 하는지.
근데... 나도 아는 척과 모르는 척을 섞어서 하고 있었다.
곰곰히 생각했다. 어떤 기준으로 때를 판단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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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의 기준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전문가인가?' 혹은 '상대가 전문가인가?'
언제 아는 척 해야 할까? 내가 전문가여야 하는 순간!
잘 생각해보면? 전문분야의 책 저자가 "제가 사실 이 분야를 잘 몰라서요"라고 말한다면?
기대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고,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반대로, 언제 모른 척 해야 할까? 전문가를 만나는 순간!
내가 장동선 박사를 만난다고 생각해보자. 뇌 과학 책 몇 권 읽고, 그에게 아는 척을 하는 게 얼마나 웃길까?
그때는 전문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드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때에 따라,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는, 몰라도 아는 척해야 하는 순간을 알고 행동하는 지혜를 갖기 위해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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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한 주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 채소를 우걱우걱 씹는데 기분이 좋은 거 있지? 신기한데... 다들 기분 안 좋을 때 해 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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