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회 달리기. 못 하면? 20만원!
"일은 마라톤이잖아. 근데... 우리 요즘 너무 단거리처럼 뛴 것 같아. 체력이 점점 바닥나고 있어. 운동을 하자!" 리더 황호님과 나눈 이야기.
친구들과 시작된 주 3회 운동. 나와 다른 친구들은? 주 3회 3km 달리기. 황호님은? 주 3회 헬스. 매주 벌금은 20만원! (뛸 수 밖에 없잖아...)
달리기 첫 날. 처음 보는 기록이 찍혔다. 8분 대. 아니... 나 원래 10분 대 나왔던 사람인데...
예전과 무엇이 달랐을까? 집 앞에 새로 생긴 트랙에서 뛰었다. 근데... 다른 러너들이 너무 잘 뛰는거다. '저 사람을 쫓아가자... 저 사람이 저기까지 뛰는 것만 같은 속도로 뛰어보자...' 이렇게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키 러닝 앱을 중간에 봤는데 13분 대로 찍혀있어서...
'내가 이렇게 느리다고?' 하면서 엄청 달렸다.
결과적으로 9~10분 대가 나오던 내가 처음으로 다시 달리기로 한 날. 8분 대라는 기록을 세웠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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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정(?) 트루스는 1달에 1번 교육 시간이 있다.
이번에는? 석촌호수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같이 뛰자고 리더 소정님은 제안했다.
나는 속으로 좋아했다. '오? 주 3회 중 1회를 채울 수 있겠어!' 하면서 신나게 석촌호수로 향했다.
석촌호수에 모였지만.... 각자 뛰는 줄 알았던 나는, 다같이 뛴다는 것에 사실 흠칫했다.
'나... 너무 느린데... 너무 힘들겠는데... 벌써 힘든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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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면 에이스가 넘어질 수 있다.
소정님은 리더 3명을 뽑고, 1km씩 리딩하자고 했다.
우리는... 첫번째 리더를 따라 스트레칭하고, 2줄로 서고 달렸다.
맨 앞에 못 달리는 사람들. 맨 뒤에 잘 달리는 사람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천천히 달렸다.
나는 좋았다. 달리기 못 하니까! 근데... 같이 회고해 보니 뒷 쪽은 위험했다고 한다.
속도가 느려서 서로 발이 걸리고, 넘어질 뻔 했다고 했다.
첫번째 리더를 통해 배운 건? 못 하는 사람 속도로 맞추면 안 된다는 것.
달리면서 점점 깨달았다. '아... 이거 리더십 배우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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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리더를 따라 뛰었다. "속도 낼게요!" 하더니 속도를 올렸다.
중간에 있던 나는... 점점 선두 그룹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등장한 황호님. 내 등을 천천히 밀어주면서 선두 그룹에 나를 붙이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벌어지면 안 돼! 그럼 끝까지 못 따라가!" 이 말이 나한테 엄청 큰 자극이 됐나보다.
선두 그룹과 멀어지면 끝까지 못 따라간다는 말에 쫓아가려고 엄청 달리고 달렸다.
이때 느꼈던 것은? 호흡의 중요성. 코로 들이쉬고, 코로 내쉬고. 정 안 되면?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고. 입으로는 절대 들이쉬지 말라는 것만 지켰다.
숨이 헐떡일수록, 호흡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다행이 호흡을 정돈할수록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두 그룹과 점점 멀어지긴 했다. 속상하기도 했지만 멈추지 말자는 것만 지키면서 계속 달렸다.
두번째 리더를 통해... 과거의 나를 돌아봤다. 내 리더십을.
솔직히 일하면서 실력이 딸려본 적이 별로 없다. 근데... 달리기로 처음 실력이 딸리니까... 선두 그룹을 아무리 쫓아가고 싶어도 못 쫓아가는 그 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같이 빨리 뛰자고 했던 숨차고 낙오됐던 팀원들을 떠올리면서 반성했다.
그리고, 소정님이 말한 인사이트 하나 더. 낙오된 사람들을 에이스들이 케어하느라 에이스들이 뒤쳐진다는 것.
물론 달리기와 일은 다르지만, 돌아보면 자꾸 뒤를 돌아보느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에이스들도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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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다." 선두 그룹이 말했던 공통된 이야기.
맨 뒤에서 넘어지기도 했는데... 몰랐다고 한다. 선두 그룹이 무너지면 전체 대형이 무너지니까 오히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중요했던 그룹.
"아무리 해도 쫒아갈 순 없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달렸네요!" 낙오 그룹이라 표현했지만 모두가 끝까지 달렸다.
중간에 한 리더가 이런 말을 했다. "이번 해에 꼭 이루고 싶은 걸 생각하면서 달리세요!" 근데... 나는 이 달리기가 빨리 끝나길 빌었다.
숨을 헐떡이고, 내 속도와 안 맞을 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단체 달리기(?)를 하면서... 사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실력이 아직 부족했던 친구들에게 내가 채찍질을 하고 있진 않을까? 하면서 과거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반성했다.
그럼에도...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황호님처럼 등을 살짝 밀어주면서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속도를 내라고 소리치는 리더가 아니라, 등을 살짝 밀어주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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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번 주는 달리기 뿐이네 헤헤. 기세가 메인, 다이어트는 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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