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 사람에게만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가방에서 비가 내려요...ㅋㅋㅋ" 밤새 성연이는 랩에서 일하고, 나는 중간에 간이침대 펴놓고 잤다.
전략 발표 전날 새벽이었다. 나는 씻고 다시 출근해야 했다. 짐 싸서 각자 집으로 가려고 하던 중이었다.
가방에 넣어둔 텀블러가 꽉 안 잠겨서
백팩에서 물이 줄줄 샜다.
하지만... 일정이 했던 나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이런 에피소드는...
내가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에 집갔기 때문에 생겼던 에피소드다.
열심히 산 사람에게만 나오는 웃긴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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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
러쉬와 공식적으로 함께 한지 2달째.
전략 발표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소정님이 물었다.
"2달이라는 시간은
여러분께 어떤 의미였나요?"
잠시 고민했고, 큰 고민없이 포스트잇에 적었다. "끝을 본 시간"
나의 실력,
나의 체력,
나의 성격,
나의 에너지까지...
나의 끝을 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끝을 봐야만 보이는 다음 세상이 있다'고
모두에게 말했다.
내 실력의 끝에서 만난 내 바닥은
내가 당장 배워야 할 스킬을 알려줬고,
내 체력의 끝에서 만난 내 바닥은
생각보다 체력이 좋다는 걸 알려줬고,
내 성격의 끝에서 만난 내 바닥은
드러운 성격을 잘 보듬어야 한다는 걸 알려줬고,
내 에너지의 끝에서 만난 내 바닥은
애써 웃는 건 티나고,
진심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는 걸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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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한 게
글로 정리 되었으면 좋겠어
리더 소정님이 스쳐지나가듯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게
글로 정리되었어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글을 적진 못했지만,
내가 해야할 일 같았다.
한 새벽을 꼬박 새서 소정님 파트를 적었다.
그리고 다음 날, 소정님께 초안을 보냈다. "오! 효정이가 내가 할 일을 미리 해줬네!
오! 너무 잘 썼는데?"
신기했던 건...
새벽에 글 쓰는 시간이 힘들지 않았다.
소정님을 위해 쓴 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쓴 글이었다.
같이 논의한 전략을
내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흐름을 짜고,
목차를 만드는 작업은?
우리 전략의 빈 구멍을 찾고,
내가 이해 못한 빈 구멍을 찾는 시간이었다.
내가 쓴 2개의 책은...
우리가 담당하는 두 본부의 전략서 초안이 되었다.
그렇게 난...
리더에게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나보다.
내 자랑이지만... (사실 난 자랑쟁이다)
난 리더들이 예뻐하던 팀원이었다.
나의 팀원이나 동료들은 그닥 날 좋아하진 않았다.
리더가 예뻐하게 된 계기는?
'어? 이거 리더님께 필요할 것 같은데?' '어? 지금 이거 보고 해야할 것 같은데?'
'어? 지금 이거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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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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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까지
변수가 되지 말자
리더 쪽으로 특히 발달한 촉은
팀원으로서 안정감을 주기 위함이었다.
'어? 이거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일 때는
늘 보고 타이밍이었다.
예전에 이 생각이 들 때
보고을 안 한 적이 있는데...
꼭 몇 시간 뒤, 혹은 다음 날 질문이 왔다.
"지금 어디까지 되고 있어요?"
"효정님, 지금 무슨 일 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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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깨달았다.
리더에게 나까지 변수가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략이든, 사업이든.
리더가 앞으로 향할 때, 내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리더가 앞으로 향할 때, 같이 돌격하는 팀원이 되길.
리더에게 좋은 팀원은?
예측가능성 안에 있는 사람이다.
생각보다 잘하면 문제가 크진 않겠지만,
생각보다 못하면 문제가 커진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나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끝까지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엄청 솔직하게 말한다.
이건 모르겠고, 이건 알겠고,
이건 할 수 있고, 이건 못한다고.
그들이 나를 예측할 수 있게... 솔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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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수에서
벗어날 때
리더 황호님께 말했다. "저는 충동을 못 참는 것 같아요."
황호님은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저는 돈 쓰고 싶으면 다 쓰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그러자 황호님이 말했다.
"언제 말해줄까 나도 고민했는데...
효정이는 충동성이 강하지. 그래서 장점은?
일을 시작할 때 에너지가 폭발해.
그 누구보다 에너지가 강한 거지.
그리고 앞으로 이걸 관리하면 좋아.
일할 때 새로운 자극이 올 때 한 번 참아보기,
지금처럼 앞으로도 오래 유지되면 좋겠어."
리더 황호님의 변수는 나의 충동이었다.
이를 관리하는 건, 나의 몫이다.
앞으로 1년 동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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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리더에게 변수가 되지 않는 방법은?
적어도 리더에게는 솔직해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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