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가볍게
다시 뉴스레터를 쓰겠다고 결심한 날.
생각보다 신났다.
‘마케터로서 내 관점을 담아볼까?’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큐레이션 해볼까?’
하지만… 책상에 손을 올리는 순간 아득해졌다.
‘뭐부터 어떻게 써야하지?‘
시작의 매듭이 어딘지 몰라 헤맸다.
시작은 어떤 감정일까?
시작은 어떤 모양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인가수 조정석>을 봤다.
그의 시작은… 두려움이었다.
음악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 도중
“아… 나 이거 왜 한다고 했지?” 라고 말한다.
시작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일지라도.
그래서 시작할 땐 빙빙 돈다.
며칠 전…
글을 쓰려고만 하면 책상이 거슬렸다.
그래서 책상을 예전보다 훨씬 더 불편하게 돌려놨다.
책상에 앉으려고 하면… 안경이 무거웠다.
그래서 ‘책상에 앉을 때 쓰는 안경'이라며
가벼운 안경을 하나 사고, 알을 맞췄다.
시작은 뱅뱅 돈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지어야 할지,
어디서부터 점을 찍어야 할지 몰라서.
그럼에도,
뉴스레터를 시작하기로 했던 건
단 하나 때문이었다.
시간을 붙잡고 싶어서.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바쁘게 살다보니 놓치는 게 많아진다.
(사실 바쁘진 않다. 쉬는 날… 쉬느라 바쁘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을 끊어내는 일이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끊지 않으면?
결국 팽팽했던 고무줄도 늘어진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선택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끊고 싶어서.
이번 주를 끊어내고, 끝났다고 해야만
다음 주 월요일이 더 설렐 것 같아서.
에틱 전시에서
천우희는 이렇게 말했다.
“기록은
‘영원성을 부여 할 수 있는 작업',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둘 수 있는 작업'”
시간을 붙잡고 싶어서,
시간을 물리적으로 끊어보고,
지금 시간을 기록해본다.
그 뿐이다.
#시작은 가볍게, 시간은 무겁게. |